동백섬 달리며 부산 음식 즐기는 ‘카본화’의 아버지…브렛 스쿨미스터 나이키 총괄 부사장[박성국의 러닝 보급소]

박성국 기자
입력 2026 10 01 14:29
수정 2026 10 01 21:54
“예전에는 동백섬에서 뛰면 나무에 등을 두드리는 어르신들만 보였는데, 지금은 항상 사람들이 달리고 있어서 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게 정말 신납니다. 한국의 러닝 인구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의 ‘나이키 저팬’ 본사에서 만난 브렛 스쿨미스터 나이키 러닝 풋웨어 총괄 부사장은 나이키의 제품 철학을 설명하면서 부산과 한국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육상 장거리 엘리트 선수 출신인 그는 나이키의 후원을 받던 선수에서 나이키의 러닝 부문 매니저로 입사해 지금은 총괄 부사장에 올라 러닝화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 세계 러닝 시장에 ‘카본화’ 시대를 연 2017년 ‘베이퍼플라이 4%’부터 기존 자사 최상위 레이싱화 ‘알파플라이’ 1~4까지 모든 제품 개발에 그가 참여했다.
나이키의 신규 최상위 레이싱화 ‘에이펙스’를 비롯해 신규 레이싱화 라인업 ‘레이스 데이 스피드 시스템’ 공개를 위해 일본을 찾은 그는 “나이키 러닝은 ‘경쟁’과 ‘레이싱’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했고, 우리는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왔다”고 소개했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도 그는 초경량화에 집중하는 경쟁 브랜드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에이펙스와 ‘모두를 위한 슈퍼슈즈’인 스우시플라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눈길을 끈 건 단연 알파플라이의 상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펙스였다.
“알파플라이는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알파’라는 뜻으로 최고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좋은 걸 만들려니 이름을 무엇으로 해야 하나 스스로 어려운 숙제를 낸 셈이었죠. 그래서 ‘정점, 꼭대기’라는 뜻의 에이펙스(Apex)로 정했습니다.”
에이펙스는 단 1초라도 풀코스(42.195㎞) 마라톤 기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엘리트 선수를 위해 제작했다. 물론 아직은 미공개 상태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러너라면, 혹은 ‘장비 빨’을 세우고 싶은 러너라면 누구든지 신을 수 있다. 한국 러너들이 ‘에어’라고 부르는 에어 줌 유닛이 신발 한 짝에 4개, 한 켤레에 총 8개가 들어간 게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이다. 한 짝에 2개의 에어 줌 유닛을 배치한 알파플라이와 달리 에이펙스에는 이를 이중 구조로 쌓아 올렸다.
무게는 남성 265㎜ 사이즈 기준 176g으로, 베이퍼플라이4 동일 사이즈 대비 약 4g 가볍다. 반면 지면 반발력을 추진력으로 돌려주는 에너지 리턴(반환율)은 알파플라이3 대비 40% 높였다. 주요 경쟁사들이 100g 미만의 최상위 레이싱화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무거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스쿨미스터 부사장의 답변은 단호했다. “우리는 무조건 가볍게만 만드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레이스 중에 더 많은 에너지를 돌려주면서도 더 많은 ‘안정성’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고 그 해답이 바로 에이펙스입니다.”
“만들려면 50g짜리 카본화도 만들 수는 있다”고 부연한 그는 신발의 경량화와 러닝 안정성의 균형을 수차례 강조했다. 특정 경쟁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공교롭게도 100g 미만의 경쟁사 최상위 레이싱화를 신고 올해 4월 런던 마라톤에서 1시간 59분 30초 남자 세계 기록을 작성한 사바스티안 사웨(케냐)는 ‘경골 미세 피로골절’로 9월 베를린 마라톤 출전을 취소했다. 런던에서 사웨와 같은 신발을 신고 여자 세계 기록(2시간 15분 41초)을 세운 티그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는 베를린에서도 우승했지만, 해당 대회에서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알파플라이는 아프리카 선수 족형에 맞게 제작돼 한국 러너에게는 안 맞다’는 국내 일부 반응에 대해서도 적극 항변했다.
“그런 인식은 나이키가 더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 제품의 상당 부분은 한국에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부산에 두 곳의 파트너가 있고, 제가 1년에 2~3번씩 부산을 방문해 함께 작업을 합니다. 부산에서 한국 러너들을 대상으로 착용 테스트와 핏 테스트를 하는 그룹도 운영하고 있어 한국인의 발 모양에도 잘 맞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산은 서른 번도 넘게 방문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서울 사람보다 부산을 더 잘 알 수 있는 수준이다. 부산 동백섬을 최고의 러닝 포인트로 꼽은 그는 해운대 해변과 인근 산을 달린 뒤 부산의 음식을 먹는 순간이 ‘환상적’이라고도 했다.
러닝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건전하고 건강한 문화로 지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무언가를 빼앗겨 봐야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됩니다. (코로나19로) 집에 갇혀 밖에 나가 숨 쉬고, 폐로 공기를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 다시 나갈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런 것들을 즐기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밖으로 나가 움직일수록 우리 모두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도쿄 박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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