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배우조합 시상식도 ‘미투’ 물결…게리 올드먼 남우주연상
강경민 기자
입력 2018 01 22 17:03
수정 2018 01 22 17:03
남녀 수상자들 ‘개념 발언’으로 양성평등 강조…영화 ‘쓰리 빌보드’ 3관왕
올해 골든글로브 4관왕에 빛나는 영화 ‘쓰리 빌보드’(원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가 21일(현지시간) 열린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도 3관왕에 올랐다.‘쓰리 빌보드’는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딸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하려는 한 어머니의 투쟁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로 이달 초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엄마 역할을 한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여우주연상을, 경찰로 분한 샘 록웰이 남우조연상을 각각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에서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을 게리 올드먼에게 돌아갔다.
국내에서도 17일 개봉한 이 영화에서 올드먼은 특수 분장과 의상을 통해 처칠의 손짓, 목소리, 말투까지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피겨스케이트 선수 토냐 하딩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 ‘아이, 토냐’(I, Tonya)에서 쉽게 만족하지 않는 엄마 역할을 연기한 앨리슨 제니는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SAG상은 SAG 소속 배우들의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아카데미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오스카상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구성원이다.
이 때문에 SAG상은 두달 뒤 열리는 아카데미상의 향배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져 매년 수상 결과가 관심을 끈다. 실제로 SAG 수상 배우의 대부분이 아카데미상에서도 상을 받았다.
지난 7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할리우드에 만연한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저항 차원에서 참석자들이 일제히 검은색 의상을 입고 참석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의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이런 의상 제한은 없어 배우들은 레드 카펫 위에서 다양한 색상의 의상을 뽐냈다.
그러나 시상식은 진행자 대부분이 여성으로 채워지는 등 지난해 할리우드를 뜨겁게 달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는 의미)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사회자를 맡아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배우 크리스틴 벨이 “공포와 분노는 결코 경주에서 이길 수 없으며 공감과 근면으로 변화를 이끌어나가자”며 미투 운동에 대한 연대를 촉구한 것을 시작으로 남녀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여성’에 관한 ‘개념 발언’을 이어갔다.
텔레비전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로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니콜 키드먼은 “우리의 커리어가 4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운을 뗀 뒤 “20년 전만 해도 우리 인생은 이 무대에서 밀려났지만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강력하며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산업이 계속 우리를 지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샘 록웰은 “한참 전에 일어났어야 할 일”이라며 미투 운동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패트리샤 아케트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 저항해 목소리를 낸 여성들을 나열하기도 했다.
이번 시상식은 성추행 혐의가 제기된 배우 아지즈 안사리와 제임스 프랭코가 후보에 올라 이들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영화 ‘디재스터 아티스트’로 후보에 오른 제임스 프랭코는 과거 연기 수업을 받은 여성들이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사실이 밝혀져 구설에 올랐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카메라가 다가올 때마다 죽상을 지었다.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여성 스태프들이 미국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인 ‘타임즈 업’(Time‘s Up) 배지를 달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코미디 배우 아지즈 안사리는 지난주 한 여성이 그가 데이트할 때 성적으로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폭로하면서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성명을 내고 “완전히 합의된 일”이라며 반박한 안사리는 그러나 시상식에는 불참했다. 이 때문에 그가 후보로 호명됐을 때 화면에는 사진만 등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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