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판사 집에서 영장 ‘전자서명’ 도입 1년째인데… 행정처 “별도 규정 없다”

김주환 기자
입력 2026 10 01 18:08
수정 2026 10 01 18:08
재택근무 조항 기대 운용… “근거 마련해야”
별도 통계조차 없어 ‘관리 사각지대’ 지적도
지난해 형사전자소송 시스템이 개통되면서 법관이 집에서 영장을 발부하는 이른바 ‘재택 영장’이 가능해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별도의 법적 근거나 규정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재택 영장 발부 현황조차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정처는 재택 영장에 대해 “현행 규정상 별도로 정의되어 있거나 독립된 영장 발부 방식으로 규정된 제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재택 발부 건수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국 법원의 영장 발부 건수(허가서 포함, 접수일 기준)는 2024년 64만 60건, 지난해 63만 4719건이다.
지난해 10월 형사전자소송이 개통된 뒤 업무용 가상PC를 통해 자택 등에서도 전자기록을 검토하고 전자문서를 작성·결재할 수 있게 됐다.
행정처는 이같은 제도 운영의 근거 규정으로 ▲재택근무 및 그 밖에 업무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 법원청사 밖에서 전자기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규칙’ 제40조 3항 ▲보안서약서 제출과 카페·대중교통 등 대중시설에서의 이용 제한을 규정한 내부 가상PC 운용 지침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외려 ‘법원당직 및 비상근무규칙’ 제25조는 당직법관이 당직업무를 모두 처리한 다음 퇴근하고, 퇴근 뒤에는 자택에서 대기근무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같은 조항 만으로는 재택 영장 제도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결문 작성 및 소송기록 검토 등 일반 재판 업무를 제한적으로 외부에서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과 영장 발부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장 기록을 자택에서 검토할 경우 가족 등 제3자에게 노출되거나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보성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지난 8월 13일 영장전담·당직 법관 전체에게 공지를 보내 “영장을 집에서 전자결재 방식으로 서명하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지에는 일부 지방법원의 재택 영장 발부 사례도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처는 “영장사건은 그 성질상 밀행성과 재판정보의 보안 유지가 중요하다”며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영장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형태의 법적 조치로서 보다 엄격하게 심사돼야 한다. 발부된 영장이 ‘재택 영장’이라고 하면 신뢰도가 극히 떨어질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규정을 마련하거나 재택 영장 발부를 전면 금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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