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 넘친다, 강철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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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 가득 ‘포항의 도심’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 워크’
비 오거나 바람 세차면 문 닫아
방문 전 기상 정보 확인은 필수
고철·폐기물 소재로 만든 작품들
포항시립미술관 ‘스틸아트’ 눈길
갈매기·고래·전구 모양 형상화
‘워터 폴리’ 찾아보는 재미 쏠쏠

체험 시설이자 조형미술 작품인 포항 ‘스페이스 워크’와 영일대 해변의 저물녘 풍경. 날씨가 궂으면 스페이스 워크를 ‘체험’할 수는 없지만 감상은 언제든 할 수 있다. 환호공원부터 영일대 해변 끝까지 ‘길 위의 미술관’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스틸 아트 작품들이 세워져 있다.
체험 시설이자 조형미술 작품인 포항 ‘스페이스 워크’와 영일대 해변의 저물녘 풍경. 날씨가 궂으면 스페이스 워크를 ‘체험’할 수는 없지만 감상은 언제든 할 수 있다. 환호공원부터 영일대 해변 끝까지 ‘길 위의 미술관’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스틸 아트 작품들이 세워져 있다.
포항은 철의 도시다. 철로 만든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널렸다. 정점은 ‘스페이스 워크’ 아닐까 싶다. 포항 여정을 뒤틀리게 한 ‘문제의’ 랜드마크. 이 작품이 세워진 환호공원은 덩달아 포항 최고의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폐자재로 만든 ‘돈키호테’(환호공원).
폐자재로 만든 ‘돈키호테’(환호공원).
●철로 만든 예술 작품 속으로

스페이스 워크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다만 여행자가 둘러보려면 세심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날이 어둑해지면 문 닫고(겨울철 오후 5시),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조금만 세차도 문을 닫는다. 동시 입장객 숫자도 제한한다. 따라서 기상 정보를 자주 확인하고 사람이 몰리지 않는 평일 이른 시간에 찾는 게 좋다.

스페이스 워크는 독일의 부부 작가가 철로 만든 체험형 조형미술 작품이다. 롤러코스터처럼 생겼는데, 몸이 뒤집히는 구간을 제외하고 실제 걸어볼 수 있다. 체험엔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감상은 ‘무제한’이다. 특히 저물녘과 경관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느긋하게 감상하기 좋다.
요절한 조각가 류인의 ‘지각의 주’(환호공원).
요절한 조각가 류인의 ‘지각의 주’(환호공원).
스페이스 워크 아래는 포항시립미술관이다. 철의 도시에 걸맞게 ‘스틸 아트’(Steel Art)를 지향하는 곳이다. 미술관 내부는 전시물 교체로 현재 출입 불가다. 그래도 미술관 주변에 볼만한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비가 아니었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보석 같은 풍경들이다.

고철과 폐기물을 소재로 제작한 ‘돈키호테’, 몸은 텅 비었으되 생식기만큼은 강건한 ‘짜식들’, 수많은 철선 가닥을 꼬아 순록으로 재탄생시킨 ‘나무 꿈을 꾸었어’ 등의 작품이 너른 잔디 정원에 흩어져 있다. 미술관 정문엔 거장 이우환의 작품 ‘관계항’(Relatum)이 있다.
철길숲의 조형물 ‘만남’. 철판 200장을 쌓아 만들었다. 내부는 사람이 선 모습, 밖은 옆모습을 각각 표현했다.
철길숲의 조형물 ‘만남’. 철판 200장을 쌓아 만들었다. 내부는 사람이 선 모습, 밖은 옆모습을 각각 표현했다.
●영일대 ‘워터 폴리’서 야경 만끽

‘워터 폴리’도 찾아볼 만하다. ‘폴리’는 장식에 초점을 맞춘 건축물을 뜻한다. 광주광역시가 연작으로 선보이고 있는 ‘광주 폴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포항에선 도시와 바다, 강의 경계 어름에 세웠다. 그래서 ‘워터’(Water) 폴리다.

현재까지 조성된 워터 폴리는 모두 3개다. 영일대 워터 폴리는 고래, 송도 해변의 폴리는 갈매기를 각각 형상화했다. 고래의 꼬리지느러미 위에서, 갈매기의 날개 끝자락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맛이 각별하다. 형산강 워터 폴리는 전구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래서 밤에 봐야 제맛이다. 강화 유리 안에서 반짝이는 경관 조명이 제철소 야경과 그럴싸하게 어우러진다.
포항 도심을 관통하는 옛 철길에 조성된 철길숲.
포항 도심을 관통하는 옛 철길에 조성된 철길숲.
●포항역 ‘철길숲’ 도심 속 문화 산책

포항은 철강 도시 이미지만큼이나 단단하고 활기 넘치는 곳이다. 한데 후미진 곳을 돌다 보면 어딘가 애수 어린 느낌도 들게 된다. 영화 ‘접속’에서 친구의 연인 기철(김태우)을 찾아 포항까지 내려온 수현(전도연)의 낭패한 모습이 떠올라서였을까. 평생을 혼혈아로 오해받다 세상을 뜬 가수 함중아가 고향을 그리며 만든 ‘형산강’의 노랫말에서도 이곳 사람들만의 애틋한 분위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영일대 아래는 옛 도심이다. 중앙로 일대에 볼거리들이 많다. 옛것과 새것이 서로를 완강히 거부하며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옛 포항역 주변이 특히 그렇다. 길 하나를 사이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 듯하다. 조만간 옛 포항역 자리에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고 나면 집창촌 등 옛 도심의 풍경은 완전히 사라질 터다.

옛 포항역 옆엔 ‘철길숲’이 있다. 폐철도 부지를 활용한 산책로다. 거리는 9.3㎞다. 산책로 곳곳에 조형미술 작품 등 볼거리가 많다. 아파트가 숲을 이룬 도심에서 만나는 문화 공간이라 느낌이 더욱 각별하다. ‘꺼지지 않는 불’로 유명한 ‘불의 정원’도 여기에 있다. 2017년에 터파기 공사를 하다 지하에 매장된 천연가스에 불꽃이 튀며 발화했는데, 금방 꺼질 듯하더니 어느새 6년 가까이 타고 있다.

글·사진 포항 손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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