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날개 무늬는 ‘움직이는 착시 그림’…포식자 공격 빗나가게 한다 [달콤한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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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나비 날개의 선명한 대비 무늬가 비행 중 시각적 착시를 일으켜 포식자가 나비의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게 어렵게 만들어 공격을 막는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진은 산호랑나비.

영국 엑서터대 제공
과학자들은 나비 날개의 선명한 대비 무늬가 비행 중 시각적 착시를 일으켜 포식자가 나비의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게 어렵게 만들어 공격을 막는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진은 산호랑나비. 영국 엑서터대 제공


영국 엑서터대 생태·보존연구센터, 에섹스대 심리학과 공동 연구팀은 나비 날개의 선명한 대비 무늬가 비행 중 시각적 착시를 일으켜 포식자가 나비의 속도와 방향을 파악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10월 1일 자에 실렸다.

얼룩말이나 표범처럼 명암 대비가 강한 무늬들은 오래전부터 ‘운동 현혹’(motion dazzle)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왔다. 운동 현혹은 움직이는 먹잇감을 바라보는 포식자의 시야를 교란하는 시각 효과를 말한다.

연구팀은 나비의 비행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날개 무늬를 없앤 나비의 움직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비교했다. 그 결과 자연 그대로의 날개 무늬는 디지털 방식으로 무늬를 지운 날개보다 보는 이를 오판하게 만드는 움직임 신호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이어 연구팀은 나비 397종의 날개 형태 757가지로 운동 현혹 현상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대비가 뚜렷한 세로 줄무늬, 한 줄로 가로지르는 띠무늬, 뒷날개 끝의 꼬리 모양 돌기 등이 더 강한 운동 현혹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러 나비 영상을 보여주고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려 가상의 나비 잡기 실험을 약 3000회 실시했다. 실험 결과 혼동을 더 크게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 무늬를 가진 나비일수록 실험 참가자들이 포획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연구를 이끈 졸리언 트로시안코 엑서터대 박사는 “이번 결과는 나비 무늬가 비행 중 날아드는 포식자의 공격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새의 퍼덕이는 날개나 도마뱀, 물고기의 재빠르게 움직이는 꼬리처럼 대비가 강한 무늬를 지닌 다른 동물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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