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살인자끼리 ‘성관계 없이’ 임신·출산…美 희대의 사건
권윤희 기자
입력 2024 11 27 01:30
수정 2024 11 27 01:35
미스터리 열쇠는 ‘환풍구’
미국에서 교도소 수감자가 성관계 없이 임신하고 출산하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지역 방송 WSVN 단독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소재 터너 길포트 나이트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데이지 링크(29·여)는 몇 달 전 딸을 출산했다.
남자친구 총격 살해 혐의로 기소된 그가 2022년 여름 보석금 없이 교도소에 수용된 지 2년 만이었다.
링크는 지난해 10월 그 누구와의 신체적 접촉도 없이 임신했다. 현지 교정 당국은 발칵 뒤집혔고, 링크의 가족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지난 6월 19일 링크는 교도소 외부 병원에서 건강한 여아를 품에 안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아기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역시 살인 혐의로 링크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조안 데파즈(24·남)로 드러났다.
링크와 데파즈는 서로 다른 층에 격리돼 성관계를 가진 적도, 심지어 직접 만난 적도 없는 사이였다.
링크는 WSVN과의 통화에서 “나는 그를 본 적이 없다. 만난 적이 없다”며 “기적의 아기다. 축복이다”라고 밝혔다.
데파즈 역시 “절대, 그 어떤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 성모 마리아처럼 말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임신에 이르게 된 걸까.
미스터리의 열쇠는 뜻밖에도 ‘환풍구’에 있었다.
링크는 “감방 안에 에어컨 환풍구가 있는데 그 틈으로 다른 층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 나는 아래층에 수감 중이던 데파즈와 환풍구 사이로 쪽지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사랑에 빠졌다”고 밝혔다.
‘윗집’ 링크와 ‘아랫집’ 데파즈는 하루에도 몇 시간씩 환풍구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데파즈는 링크에게 “항상 자녀를 갖고 싶었다”고 털어놓았고 급기야 환풍구로 링크에게 자신의 정액을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위층 링크의 감방과 ‘L’자 모양으로 곧장 이어진 환풍구에 침구를 밧줄처럼 돌돌 말아 연결한 뒤, 비닐팩에 정액을 담아 실어 보내는 방식을 쓴 것이다.
링크는 “데파즈가 줄에 비닐 팩을 걸어 올려주면 줄을 당겨 끌어올렸다. 그리곤 내 몸에 그의 정액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상천외한 관계는 하루 5번씩 한 달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링크는 정말로 데파즈의 아이를 가졌다.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마이애미 불임 센터 책임자 페르난도 아커만 박사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아커만 박사는 “5% 미만 확률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우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후 5개월이 된 아기는 현재 데파즈의 어머니, 즉 친할머니가 키우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서로 다른 교도소로 이감된 링크와 데파즈는 전화 통화를 주고받는 한편 화상통화로 아기를 면접하고 있다.
링크는 “딸은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데파즈는 “여기서 나 유명인 같다”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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