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하다보니 성인용 풀… 아동 구역 분리 안 돼 사고땐 수영장 책임
김헌주 기자
입력 2019 11 28 22:42
수정 2019 11 29 02:03
대법, 1·2심 판결 뒤집고 첫 배상 판결
한 수영장에 수심이 다른 성인용 풀과 어린이용 풀을 같이 설치했다가 어린이가 성인용 구역에서 물에 빠져 중상해를 입었다면 수영장에 설치·보존 하자로 인한 공작물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는 28일 정모씨 등 4명이 수영장을 위탁 운영하는 서울 성동구도시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정씨는 2013년 7월 성동구의 한 야외수영장에서 아들(당시 6세)이 어린이용 풀과 연결된 성인용 풀에 빠져 뇌손상과 사지마비, 양안실명 등 중상해를 입었다며 3억 2000만원 상당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공단이 필요한 안전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거나 안전요원들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역시 “성인용과 어린이용 구역을 반드시 물리적으로 구분해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수영장 벽면에 수심 표시를 하지 않은 것과 사고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며 정씨 측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인용, 어린이용 풀을 분리하지 않고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하자’로 봤다. 그러면서 “이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공단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법경제학에서 논의되는 일명 ‘핸드룰’을 처음 적용했다. 사고를 막기 위해 사전 조치를 취하는 데 드는 비용이 사고 발생 확률과 사고 발생 시 피해 정도를 곱한 값보다 작을 때는 위험방지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시설(공작물) 관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대법원은 “어린이 구역을 분리하지 않아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과 사고로 인한 피해 정도를 해당 구역을 분리 설치하는 데 추가로 드는 비용이나 기존 시설을 분리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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