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각] “재판에서 충분히 심리해야”…기소 후 재판 장기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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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범죄사실 일부 인정

검찰은 자신하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불발됐고, 삼성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인신 구속을 피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 측 역시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형국이다. 이번 영장 기각은 ‘적법 경영’을 주장하던 이 부회장에 대해 ‘위법성이 있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정식 재판을 통해 죄의 유무를 가리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이번 법원 판단이 어느 쪽도 승자로 구분할 수 없는 무승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구치소 향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이후 차량에 탑승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구치소 향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이후 차량에 탑승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321호 법정에서 열린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을 범죄행위로 본 검찰과 ‘정당한 경영 행위’라고 맞서는 이 부회장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심문은 이 부회장의 인지와 지시 여부에 집중됐다. 이 부회장 심문에만 8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됐다.

검찰이 범죄혐의로 적시한 주요 대목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부분이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으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음에도 지주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부양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 역시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졌고, 이 같은 주요 불법행위에 대해 이 부회장이 보고받고 승인을 내렸다는 게 이번 수사의 골자다.

검찰은 이날 심문에서 20만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을 압박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방안과 이 부회장 보고 및 수정사항 등이 담긴 내부 문건, 이런 내용을 총망라한 사내 기밀 ‘이재용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인 ‘프로젝트G’ 등을 앞세워 이 부회장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 논리를 기업 경영 논리로 맞바꿔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앞선 법원 판결을 근거로 두 기업 합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소송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총수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서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일성신약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다만 당시는 삼성 측의 범죄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삼성 측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지배구조를 검토·점검한 게 프로젝트G일 뿐”이라면서 “이 부회장은 해당 문건의 존부 자체를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맞섰다.

심문을 마친 이 부회장은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과 함께 이날 오후 9시 20분쯤 법정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심문 이후 양측이 제출한 자료와 이날 진술 등을 토대로 장시간 법리 검토를 진행한 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이 부회장을 포함한 3명 전원 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원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기각 결정에 대해 “본 사안의 중대성과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라면서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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