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검언유착 수사 특임검사, 장관 지시 반하는 것”
박성국 기자
입력 2020 07 03 15:46
수정 2020 07 03 16:06
검찰 내부에서 ‘특임검사’ 거론되자 사전 차단
“내 지시 절반 잘라먹었다”는 변형 지시도 영향
선택지 줄어든 윤석열, 오늘 중 결론 내기 어려워
추미애(62·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특임검사에게 맡기는 방안은 자신의 수사지휘에 어긋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는 지난 2일 추 장관이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에게 “검언유착 수사 관련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총장은 수사팀 수사 결과만 보고받으라”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 내부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특임검사 카드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검찰 내부에서는 전날 추 장관이 헌정 사상 두 번째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자 ‘대검 자문단도, 중앙지검도 아닌 제3의 특임검사에게 사건을 맡기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김수현 부산지검 형사1부장은 검찰 내부 게시망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상황에 비추어 수사를 중앙지검장에게 맡기면 공정하고 철저한 것인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라면서 “정말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제3의 인물로 특임검사를 삼아 진정하게 공정한 수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도 내부 게시망 글을 통해 “(장관이) 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를 지휘하신다면 당연히 현 수사팀의 불공정 편파 우려를 막기 위해 현 수사팀이 아닌 다른 수사팀, 즉 불공정 편파 시비를 받지 않고 있는 수사팀에게 수사토록 지휘하셔야 된다”라고 밝혔다.
“내 지시 절반 잘라먹었다”던 변형 지시도 영향 준 듯하지만 추 장관이 ‘특임검사 불가’ 입장을 밝힌 만큼 윤 총장의 선택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윤 총장의 ‘결단’이 나오기 전에 추 장관이 한발 앞서 특임검사 불가론을 꺼낸 배경에는 또 다른 검찰 주요 현안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관련 진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한 전 총리 수사 당시 검찰의 진술 강압과 회유가 있었다는 진정에 대해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해당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하도록 지휘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이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라”라고 변형된 지시를 내렸다. 이는 추 장관 지시를 사실상 절반만 수용한 것으로, 추 장관은 “총장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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