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반대로 가나요”…‘유학생 사망’ 음주운전자 유죄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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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씨 사망사고 운전자 판결
1·2심 징역 8년…대법원 “처벌조항 효력 상실”
“반복 음주운전 과잉처벌” 윤창호법 위헌 영향

한국에서 음주차량에 희생된 대만 유학생 쩡이린 씨. 대만 연합신문망 캡처
한국에서 음주차량에 희생된 대만 유학생 쩡이린 씨. 대만 연합신문망 캡처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아 대만인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상습 음주운전자가 선고받은 징역 8년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위헌 결정한 ‘윤창호법’(구 도로교통법 148조의2 제1항)이 하급심 선고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위헌 결정으로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이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한 경우, 해당 법률 조항을 적용해 기소한 피고 사건은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며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 부분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쩡이린(가운데)과 부모. 빈과일보 캡처
한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쩡이린(가운데)과 부모. 빈과일보 캡처
1심과 2심은 운전자 김씨에게 특가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묶어 유죄 선고를 했는데 도로교통법 적용 조항이 위헌이므로 결국 2심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에 유학 온 대만의 쩡이린(28·여)씨는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김씨가 몰던 차량에 치였다.

그는 곧바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쩡씨는 캐나다 대학에서 한국인 친구들을 만났고, 친한 친구의 초대로 한국을 찾았다가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6일 서울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가운데)이 2015년 5월 22일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했을 당시의 모습. 졸업가운을 입은 쩡이린이 아버지 쩡칭후이와 어머니 스위칭과 함께 웃고 있다.<br>쩡이린 부모 제공
지난해 11월 6일 서울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가운데)이 2015년 5월 22일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했을 당시의 모습. 졸업가운을 입은 쩡이린이 아버지 쩡칭후이와 어머니 스위칭과 함께 웃고 있다.
쩡이린 부모 제공
쩡씨는 부모에게 친절한 사람들과 깨끗하고 안전한 거리, 맛있는 음식에 대해 말하며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김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만취 상태였고, 정지신호도 무시하고 쩡씨를 쳤을 때 그의 차량은 제한속도 50㎞/h를 훌쩍 넘는 80.4㎞/h로 달리고 있었다.

김씨의 음주운전 적발은 그날이 처음도 아니었다. 그는 2012년과 201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각각 벌금 300만원과 100만원을 낸 전력이 있었다.

쩡씨 사건은 유족과 쩡씨의 친구들이 청와대에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청원을 올리고, 대만 언론에서도 보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청원은 게시 닷새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대법원 찾은 ‘음주차 희생’ 대만 유학생 친구들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 씨의 친구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선고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br>대법원 1부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21.12.30 <br>연합뉴스
대법원 찾은 ‘음주차 희생’ 대만 유학생 친구들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 씨의 친구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선고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법원 1부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21.12.30
연합뉴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그보다 더 높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씨의 음주운전 전력 등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구 도로교통법(2018년 12월 24일 개정된 뒤부터 2020년 6월 9일 다시 바뀌기 전까지의 법령) 중 반복 음주운전자를 가중해 처벌하게 한 조항이 과잉 처벌이라 위헌이라는 결정을 했고, 이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대법원의 판결 파기에 따라 다시 열리는 2심에서는 특가법과 음주운전 관련 일반 처벌 조항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 공론화를 위해 노력해온 쩡씨의 친구들은 이날 입장문에서 “대만은 최근 음주운전 단절을 위해 더 강력한 처벌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은 역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쩡씨의 부모가) 너무 지치고 절망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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