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준씨 유족 2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 제출 서훈 전 실장 등 ‘文정부’ 청와대 참모 3명 대상 공수처 이첩하지 말고 검찰서 수사해달라고 호소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참모들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와 관련해 ‘월북 조작 지침’을 하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2013년 ‘서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사태처럼 이번에도 대통령기록물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핵심 증거로 떠오른 가운데 검찰 수사에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22일 서울중앙지검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에 배당하고 고발장 검토에 들어갔다.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국방부 및 해양경찰 등 국가기관에 하달한 지침에 있어 월북으로 조작된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해당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고발된 세 사람 모두 3급 이상의 고위공직자였고 공수처법에 따르면 직권남용죄는 공수처가 수사가능한 죄명임에도 검찰 수사를 고집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문 정부 시절 상처받은 사람들인데 문 정부 시절에 임명된 공수처장이 수사하면 2차 가해”라면서 “공수처의 수사능력을 보면 실체진실을 파헤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공수처는 “이첩 요구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검토 필요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유족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을 고려하고 있다. 일단은 피격 당시 상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해놓은 것과 관련해 23일 대통령기록관의 답변을 들은 이후 고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 이 사건이 ‘제2의 서해 NLL 사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2년 대선에서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여야가 대화록 원본 공개를 의결했지만 국가기록원에 자료가 없어 ‘사초(史草)폐기’ 논란까지 불거졌다.
2020년 9월 서해 북측 해상에서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자 당시 해경은 중간수사 결과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6일 최종 수사 결과에서는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바꿔 논란이 재점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