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 ‘검찰 패싱’… ‘패’ 숨기며 법정서 한판 붙자
이재명의 ‘투트랙 거부’ 속셈은
檢의 증거 모르는 상황서 진술
‘재판서 불리할 수 있다’ 판단한 듯
檢 “할 일 한다”… ‘체포안’ 의지
법조계 “조사 태도, 형량에 영향”
李진술서 “대장동 책임은 유동규”
유 “얼마나 급하면… 재판서 알 것”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의 진술거부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 측이 구체적으로 항변한다고 해도 검찰의 기소는 정해져 있고, 조만간 구속영장도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실전’인 재판에 앞서 검찰 측에 미리 자신의 ‘패’를 드러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검찰이 들고 있는 증거 전체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진술했다가 되레 나중에 방어 전략을 세우기에 불리해질 수 있다”면서 “기소 이후 증거를 전부 다 복사해서 그때부터 방향을 세워 재판에 대비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조사 당일 검찰의 요구보다 한 시간 늦게 출석한 이유도 비슷한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이 이끄는 대로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출석 직전까지도 검찰과 조사 일정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또 차장검사 등과의 ‘약식 면담’(차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와 검찰 사이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사 질의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한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태도도 스스로 유리한 국면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출석 전 “검사 독재정권의 폭압에 맞서서 당당하게 싸워 이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 대표 측에 추가 조사 출석을 다시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인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 민주당 주도로 부결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검찰은 ‘할 일을 하겠다’는 분위기다.
조 변호사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지만 검찰은 원칙적으로 다른 사건과 비교해 사안이 중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하고 법정 공방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진술과 조사를 모두 거부하는 게 법정에서 좋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진술거부권도 엄연한 권리이고 방어 전략이지만 판사가 사건을 유죄로 본다면 형량을 정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가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대장동 비리의 책임자로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해 “얼마나 다급하면 저러나 싶다”며 “과연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 재판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공개 반박해 눈길을 끈다.
백민경·김소희·곽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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