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뒤 저는 죽습니다” 사건…법원 “성범죄 여부 DNA 감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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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2심 재판부
“살인미수 범행 동기, 추가심리 필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 JTBC 사건반장 캡처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 JTBC 사건반장 캡처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가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성범죄 여부를 밝히기 위해 DNA 재감정을 결정했다.

20일 부산고법에 따르면 형사2-1부(부장 최환)는 전날 오후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모르는 여성 쫓아가 무차별 폭행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올린 글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올린 글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쯤 귀가하던 20대 여성 B씨를 10여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무차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장면을 보면 A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B씨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갔고, 별안간 피해 여성의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차기로 가격하는 등 폭행했다. B씨가 바닥에 쓰러진 이후에도 A씨는 계속에서 B씨의 머리를 발로 찼다.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A씨는 정신을 잃은 B씨를 어깨에 둘러업고 CCTV 사각지대로 이동했고, 7~8분쯤 뒤 혼자서 오피스텔을 빠져나갔다.

B씨는 이 사건으로 오른쪽 다리가 마비될 정도의 뇌신경 손상을 입었다. 또 해리성 기억상실장애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이 사건은 피해자 B씨가 1심 선고 후 지난해 11월 온라인상에 ‘12년 뒤에 저는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CCTV 사각지대 7분 미스터리
부산 서면에서 지나가던 여성을 쫓아가 발로 수차례 가격한 이른바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폭행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부산 서면에서 지나가던 여성을 쫓아가 발로 수차례 가격한 이른바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폭행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B씨는 CCTV에 찍히지 않았던 7분간 A씨가 성폭행을 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사건 당시 최초 발견자인 입주민에 따르면 B씨는 발견 당시 상의가 올라가 배가 보이는 상태였고, 바지 버튼이 풀리고 지퍼가 열려 있었으며, 바지를 벗었을 때 속옷이 오른쪽 종아리에만 걸쳐 있었다.

또 A씨는 도주 후 검거 직전 휴대전화로 ‘서면 살인’, ‘서면 살인미수’와 함께 ‘서면 강간’, ‘서면 강간미수’를 검색한 흔적이 포렌식 결과 드러났다.

이에 B씨 측과 검찰은 항소심에서 A씨가 CCTV 사각지대에서 성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자세한 DNA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범행 동기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 속옷 등 증거물에 대한 추가 DNA 감정 및 추가 증인 채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성범죄 관련 혐의가 추가되지 않는 이상 항소심에서 성범죄 유무죄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살인미수 범행의 동기는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 피해자 변호사 측에서 지난 13일 A씨의 엄벌을 촉구하며 공개 탄원서 모집을 시작했는데 일주일 만에 5만 3000여명이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치소 동기 “나가면 피해자 찾아간다고 했다”
부산 서면에서 지나가던 여성을 쫓아가 발로 수차례 가격한 이른바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폭행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부산 서면에서 지나가던 여성을 쫓아가 발로 수차례 가격한 이른바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폭행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강력범죄 전과가 여러 건이다. 강도상해로 6년, 공동주거침입으로 2년을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년자 시절에도 상습적으로 폭행이나 강간을 저질렀고, 6차례에 걸쳐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2009년 소년원에서 출소한 뒤에도 약 한달간 취객의 금품을 노린 이른바 ‘퍽치기’ 등을 저질렀다. 당시 A씨는 18세였다.

검찰은 A씨를 살인미수로 기소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A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20년을 명령했다. 이에 A씨와 검찰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지난 8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A씨와 함께 구치소에 있었다는 제보자는 “A씨가 ‘언제든지 틈만 보이면 탈옥할 거다’ ‘나가면 피해자 찾아갈 거다’ ‘죽여버리고 싶다. 그때 맞은 것 배로 때려주겠다’라고 했다”면서 “(A씨가) 피해자 주민등록번호, 이름, 집 주소를 알고 있더라.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B씨는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글에서 “정황증거, 직접증거가 넘치는데 범인은 12년 뒤 다시 나온다. 그때 A씨는 고작 40대다”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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