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음주운전 항소심도 무죄…‘긴급피난’ 인정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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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판결 이미지. 서울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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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음주운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할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것은 2021년 8월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는 지인 등과 술자리를 가진 뒤 술을 마시지 않은 여자친구 B씨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B씨가 운전하던 차 안에서 두 사람은 다툼을 벌이게 됐다. B씨는 울산의 한 도로에서 차를 세워버렸다.

차가 선 곳은 차량 1대가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좁은 도로였다. 이 때문에 A씨 차량을 뒤따르던 차들이 모두 움직이지 못하고 서버렸다.

뒤 차량이 경적을 여러 차례 울리자 A씨는 B씨에게 일단 차량을 이동해 통행이 이뤄지게 하자고 부탁했으나 B씨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220%의 만취 상태에서 차를 10m가량 직접 몰아 큰길로 빠져나간 뒤 도로변에 주차했다. 그리고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음주운전 자료사진. 서울신문DB
음주운전 자료사진. 서울신문DB
1심 재판부는 A씨가 비록 음주 상태에서 차량 운행을 했지만 ‘위급하고 곤란한 경우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긴급피난)’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도로는 주·정차가 금지된 데다 야간이었고, 여자친구 B씨가 운전을 거부한 상황에서 차량을 그대로 두기엔 정체가 이어지고 사고 위험도 컸다는 것이다.

또 A씨가 매우 짧은 거리를 운전해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운 뒤 바로 차에서 내린 점도 참작했다.

검찰은 A씨가 여자친구 B씨에게 거듭해서 운전을 부탁하지 않았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을 들어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측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좁은 도로에서 대리운전기사를 무작정 기다리거나, 다툰 뒤 흥분한 상태에서 운전을 거부하는 여자친구 B씨가 다시 운전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직접 짧은 거리만 차량을 이동시킨 뒤 바로 차에서 내린 것을 볼 때 운전할 의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는 이와는 별도로,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하려고 하자 측정기를 내리치고 경찰관을 밀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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