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범이 남긴 오토바이입니다”…당근마켓 통해 범인 잡은 피해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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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현장에 남긴 오토바이 헬멧, 당근마켓서 발견
피해자 누나가 거래자 수소문해 범인 잡아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 현장 사진. 2021.12.02 제보자 B씨 제공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 현장 사진. 2021.12.02 제보자 B씨 제공
뺑소니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가족이 중고거래앱을 통해 직접 범인을 잡은 사연이 공개됐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북 익산시에 사는 A씨는 지난달 시내에서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다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A씨는 정신을 잃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전화를 하겠다고 자리를 피한 뒤 오토바이와 헬멧을 그대로 둔 채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는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 조사를 기다리던 A씨의 누나 B씨는 가해자가 사건 현장에 버리고 간 헬멧과 오토바이를 떠올리고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섰다.
당근마켓에서 찾은 헬멧 판매 게시글과 제보자 B씨가 당근마켓에서 나눈 대화. 2021.12.02 제보자 B씨 제공
당근마켓에서 찾은 헬멧 판매 게시글과 제보자 B씨가 당근마켓에서 나눈 대화. 2021.12.02 제보자 B씨 제공
B씨는 범인이 헬멧을 중고거래사이트에서 구매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당근마켓에서 검색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월쯤 해당 오토바이 헬맷과 같은 제품이 팔렸다는 것을 찾아냈고, B씨는 헬멧을 팔았던 사람에게 연락해 구매자의 아이디를 알아냈다.

B씨는 또 ‘뺑소니범을 잡으려고 한다. 이 오토바이를 당근마켓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연락해 달라’는 글과 함께 사고 현장의 오토바이 사진을 당근마켓에 올렸다.

얼마 후 현장의 오토바이가 과거 매물로 올라왔던 것을 봤다는 제보자가 나타났고, B씨는 해당 오토바이 판매 게시글을 올렸던 사람의 아이디가 헬멧 구매자와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해당 아이디 소유자가 뺑소니범이라는 확신이 든 B씨는 물건을 거래하려는 것처럼 꾸며 아이디 소유자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B씨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먼저 ‘뺑소니 사고를 당하신 분이냐’고 물으며 범행을 털어놓았다.

B씨는 “범인은 미성년자였는데 내가 뺑소니범을 찾겠다고 올렸던 글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사고 당시에는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현재 B씨는 가해자 측과 합의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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