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열자 개 사체가 와르르…악취 진동하는 ‘불법 번식’ 현장
김소라 기자
입력 2024 09 20 12:08
수정 2024 09 20 12:08
부산 한 가정집에서 노부부 ‘불법 번식’
동물보호단체, 개 사체 10여구 수습·27마리 구조
한 가정집에서 주인에게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개 20여마리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개들은 개 사체가 방치된 채 썩는 악취가 진동하는 가정집 안에서 번식 용도로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강현식 부산 사하구의원 등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 위액트와 도로시지켜줄개 등은 최근 부산 사하구 당리동의 한 주택에서 “불법 동물 번식이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구조에 나서 개 27마리를 구조하고 개 사체 10여 구를 수습했다.
위액트 측은 “냉장고 문을 열자 죽은 개들의 사체가 쏟아져나왔다”면서 “실온에 방치된 사체에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위액트에 따르면 집 내부는 개 사체로부터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암모니아 가스로 인해 눈이 아릴 정도였으며, 생활 쓰레기와 오물들로 발을 디딜 곳조차 없었다.
위액트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바퀴벌레는 물론 쥐들까지 우글거리는 바닥에서 개들은 쓰레기와 망가진 가구들 틈새에 숨어있었다. 배설물이 털에 엉겨붙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개들도 있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흉가에 가까운 이 곳에서 사람과 개들이 함께 거주했다는 것이다. 이 집에는 노부부와 장애가 있는 아들 두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위액트는 “개들 뿐 아니라 사람조차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 등에 따르면 관할 지자체인 사하구청은 지난해 복지담당자를 이 집에 보내 이들 가족에게 개 10여 마리를 동물보호소에 인계하도록 요청하고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 가족은 일부만 보호소에 보낸 뒤 남은 개들로 불법 번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동물을 번식해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 의원은 “구조된 동물들은 현재 동물보호단체에서 보호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부산시의 동물 보호 관련 조례 등에 따르면 주택 거주자들이 구조된 강아지를 다시 데려가려면 치료 비용 등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의원은 “지난해 10여 마리였는데 이날 방문했을 때는 30여 마리가 있었다”며 “구와 구의회는 동물보호단체에 치료 비용, 이들 가족에게 주거 환경 개선 등 여러 지원 방안을 검 중”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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