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낭만’ 아닌 ‘악몽’…“블랙아이스로 53중 추돌 사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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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정전·고립 등 각종 사고 잇따라

27일 오후 강원 원주 한 도로에서 53대 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강원 원주 한 도로에서 53대 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첫 눈이 내린 27일 수도권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폭설과 강풍으로 인한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적설량은 경기 용인 30.7㎝, 경기 수원 27.3㎝, 충북 진천 24.5㎝, 강원 평창 22.7㎝, 강원 홍천 20.9㎝ 등이다.

밤사이 한꺼번에 내린 눈이 도로에 쌓이거나 얼어붙으면서 안전사고가 속출했고 오후 들어서도 영하권 기온이 지속되며 피해가 커졌다.

이날 오전 8시 40분쯤 경기 양평군 옥천면 한 농가에서 제설작업 중 차고지가 무너져 80대 A씨가 숨졌다. A씨는 알루미늄 소재로 지은 천막형 차고지 위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무너지는 시설물에 깔린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에서는 눈이 쌓인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주와 전선을 접촉해 174가구에 갑자기 전력 공급이 끊겼다.

경기 광주와 강원 횡성에서도 폭설 여파로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모두 32건의 정전이 발생했다.

오후 2시 24분쯤 전북 군산시 영화동에서는 강한 바람에 건물 옥상의 물탱크가 도로 위로 떨어져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를 했다.

오후 7시 26분쯤 경기 평택시 도일동 한 골프연습장에서 상부 철제 그물이 무너지며 제설작업 중이던 직원 2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3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른 1명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오후 7시 26분쯤 경기 평택시 도일동 A 골프연습장에서 제설작업 중에 상부 철제 그물(가로 100m, 세로 30m)이 무너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27일 오후 7시 26분쯤 경기 평택시 도일동 A 골프연습장에서 제설작업 중에 상부 철제 그물(가로 100m, 세로 30m)이 무너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 남부서만 폭설 관련 차량 고립·사고 신고 1000여건강원과 경기 남부 등지를 중심으로 20㎝ 넘는 눈이 쌓이면서 빙판길 교통사고 피해도 이어졌다.

오전 6시 40분쯤 강원 홍천군 서석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울 방향 서석터널 부근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제네시스 승용차를 25t 덤프트럭이 들이받았다.

이어 뒤따르던 차량 3대가 연쇄적으로 부딪치며 총 5대가 추돌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오전 9시 30분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용서고속도로 동탄 방향 길마재터널 입구 부근에서 차량 추돌사고 2건이 각각 발생하기도 했다.

폭설로 인한 차량 고립이나 교통사고가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 남부에서 접수된 폭설 관련 112 신고는 1045건에 달했다.

오후 5시 50분쯤 강원 원주시 호저면 도로에서는 차량 53대가 빙판길에 잇따라 추돌해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폐쇄회로(CC)TV와 신고 등을 살핀 결과 도로 내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연쇄 추돌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북 익산∼포항 고속도로 익산 방향 장수IC 인근에서도 25t 화물차가 쓰러져 화물칸에 실린 위험물질 300∼400L 중 일부가 누출됐다.

소방청은 이번 대설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구조와 구급 등 총 698건의 소방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서울도 11월 적설 최고치…퇴근길 혼잡
기록적인 첫 눈이 내린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횡단보도 신호등이 기울어져 있다. 이 사고는 밤새 내린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가로수가 신호등과 연결된 전선줄을 끌어당겨 발생했으며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4.11.27 홍윤기 기자
기록적인 첫 눈이 내린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횡단보도 신호등이 기울어져 있다. 이 사고는 밤새 내린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가로수가 신호등과 연결된 전선줄을 끌어당겨 발생했으며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4.11.27 홍윤기 기자


서울에도 많은 눈이 내리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퇴근 대란’이 벌어졌다.

최대 18㎝가 넘는 눈은 1907년 10월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서울 적설 최고치다.

시민들은 퇴근길 혼잡에 대비해 발걸음을 서둘렀지만 주요 환승역과 버스정류장에 인파가 몰렸다.

한 40대 직장인은 “회사에 차를 버리고 퇴근했다”며 “회사에서 지하철 역까지 버스타고 갈 거리인데 그것도 힘들 것 같아서 30분을 걸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올리고, 대설 위기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중대본은 빙판길 다중 추돌사고나 보행자 사고 등 피해 예방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일(28일) 오전까지 많은 눈 예상기상청은 이날 밤부터 오는 28일 오전까지 서해상에서 다시 눈구름대가 들어오면서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청내륙, 전북동부, 경북북부내륙, 경남북서내륙에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이 다시 쏟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폭설에 더해 기온이 크게 내려가는 데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내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0도 이하를 나타내고,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5도 이하에 머물며 바람도 강하게 불겠다.

내일 아침 기온은 서울 -2도, 대전 1도, 광주 3도, 대구 0도, 부산 4도로 출발하겠고 낮 기온은 서울 4도, 대전 8도, 광주와 대구 10도, 부산 12에 이를 전망이다.

이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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