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강간 덮으려 해” 국민청원 여교수 ‘벌금형’ 이유는
이정수 기자
입력 2022 08 28 08:29
수정 2022 08 28 08:36
성폭행·강요 등으로 동료교수 고소
경찰,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
“허위글로 명예훼손” 500만원 벌금
대구지법 형사4단독 김대현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모 대학 교수 A(54)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1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가 강간을 덮으려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A씨는 “저는 같은 ○○대학교 동료 교수로서 같은 센터에 근무하던 B교수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여자로서 세상에 ‘나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죽기보다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용기를 내서 제 실명을 밝히고 공개한다”고 적었다.
A씨는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 ○○대학교 부총장이었던 C교수가 같은 센터를 감독하고 있기에 B교수에게 강간을 당하였다고 분리조치를 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제게 돌아온 말은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후로는 오히려 저를 내쫓으려고 보직을 없애고 회의에 부르지 않는 등 업무에서 배제를 하였다”고 강조했다.
A씨가 쓴 처음 청원 글에는 대학과 실명 등이 모두 공개돼 있었지만 이후 청와대가 해당 청원에 대한 검토를 거쳐 일반에 공개를 하면서 이름이 가려졌다.
이 글은 게시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11만 3000여명의 동의를 받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A씨는 지난해 2월 B씨와 C씨를 각각 성폭행과 강요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두 건 모두 증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판단, 불송치 결정을 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적시한 허위 사실이 대학교수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하시키는 내용인 점,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허위 사실이 광범위하게 전파된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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