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대출 막차 타자”…50년 만기 주담대 6일새 1조 폭등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 서울신문DB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 서울신문DB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의 원인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지목한 가운데 최근 6일간(영업일 기준) 5대 은행의 해당 상품 취급액이 1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청년과 신혼부부 등 소득이 적은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춰준다는 명목으로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상품을 출시하고, 금융당국도 청년층 주거 대책으로 관련 정책 상품을 내놓는 등 사실상 초장기 대출을 부추긴 책임을 피할 수 없어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 21일까지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2조 4945억원에 달한다. 이 상품은 지난달 5일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이달 14일 우리은행까지 모든 은행이 차례대로 출시했다. 특히 지난 10일 이후 대출 취급액은 6일(영업일 기준) 만에 1조 2566억원 급증했다.

애초 주담대 만기 연장은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나온 상품으로 금융당국에서도 주택금융공사을 통해 청년층과 신혼부부 한정으로 50년 만기 정책모기지를 선보였다.

문제는 만기 연장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액이 감소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져 총 대출한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주택 관련 규제 완화까지 겹치면서 주담대 잔액도 급증해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래픽 서울신문
그래픽 서울신문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 8000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9조 5000억원 증가했다.

곳곳에서 가계부채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50년 만기 주담대 차주의 나이를 제한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이에 가장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농협은행은 오는 9월부터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상품 출시 두 달도 안 됐지만 당초 설정한 2조원 한도가 이미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제도가 바뀌기 전에 막차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대출을 부추기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실제 대출상담사들은 ‘50년 만기 막차 타야 합니다’, ‘막히기 전에 서두르세요’라며 절판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시중은행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사실상 청년층 대출을 확대하도록 권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이제 와서 ‘50년 만기주담대’를 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최재헌 기자
  • 카카오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네이버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 트윅,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dayBest
  1. 정형돈 “불안장애 20년째…삶 재미없다” 뜻밖의 고백

    thumbnail - 정형돈 “불안장애 20년째…삶 재미없다” 뜻밖의 고백
  2. “관광객들이 스시 먹고 가서 쌀이 없다” 난리 난 日…무슨 일이길래

    thumbnail - “관광객들이 스시 먹고 가서 쌀이 없다” 난리 난 日…무슨 일이길래
  3. ‘스윗한 눈빛’ 못참은 머스크?…상대는 ‘10년 동거남’과 결별한 伊총리

    thumbnail - ‘스윗한 눈빛’ 못참은 머스크?…상대는 ‘10년 동거남’과 결별한 伊총리
  4. “축구랑 관련도 없는데 힘드네요”…홍명보 ‘단골빵집’ 사장님 호소, 무슨 일

    thumbnail - “축구랑 관련도 없는데 힘드네요”…홍명보 ‘단골빵집’ 사장님 호소, 무슨 일
  5. 나이 어느덧 52세 장동건 근황…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6년만의 스크린 복귀

    thumbnail - 나이 어느덧 52세 장동건 근황…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6년만의 스크린 복귀
  6. “부모한테 버림받고 어렵게 산다더니”…113만 인플루언서, 알고 보니 ‘감성팔이’

    thumbnail - “부모한테 버림받고 어렵게 산다더니”…113만 인플루언서, 알고 보니 ‘감성팔이’
연예의 참견
더보기
여기 이슈 뉴스
더보기
갓생 살기
더보기
광고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