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통역하는 마음으로 받아 적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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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반사 유희/조성래 지음/현대문학/164쪽/1만 2000원

조성래 시인.
현대문학 제공
조성래 시인. 현대문학 제공


조성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햇빛 반사 유희’는 전작 ‘천국어 사전’에서 보여준 정직한 슬픔의 세계를 이어받으면서도 그 슬픔이 향하는 방향을 새롭게 틀어 놓는다. 전작에서 결핍과 죽음으로 점철된 자전적 경험을 묵직하고 과장 없는 어조로 풀어냈다면 이번 시집은 상실과 상처에 지치지 않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마음을 좇는다.

시인은 시 쓰기를 일종의 ‘통역’으로 여긴다. 마지막에 실은 에세이 ‘어느 경리의 어떤 경지에 대한 단상’에 시인의 일을 발견한 경험을 풀었다. 소개받아 일하러 간 공장에는 수술로 목소리를 잃은 노쇠한 사장이 있었다. 사장의 말은 바람 소리일 뿐, 시인이 느낀 건 뻐끔거리는 입 모양 정도였다. 사장이 “그토록 말하고 싶은” 것을 중년의 경리가 소리로 옮기고 의미를 전했다. 사장 입의 ‘대리자’가 된 경리에게서 말하고 싶은 간지러움을 풀어주는 시인을 투영했다.



그렇게 사물과 풍경에 어린 빛의 굴절·산란·반사를 통역하듯 시를 썼다. 시 43편 안에서 시인은 ‘나’를 끝없이 되묻고 스쳐 가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정서적 유대를 더듬으며 오래 머물렀던 반지하의 어둠에 작은 창을 내듯 삶을 모색한다.

시인에게 삶은 “적당히 비참하여/ 그다지 지루하지도 않”고(‘평화로운 저주’ 부분), “빛나는 것들이/ 빛 속에서/ 빛 속에 있음을 모르고// 그 모름의 축복 속에서/ 우리는 모두/ 평범함을 누리”도록(‘밤가시마을’ 부분) 한다. “공짜 같은/ 세상을 끝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무료’ 부분)에 사로잡히다가도 “오직 나만큼의 세상이/ 나를 정말로 좋아해서// 내 그림자로 졸졸 따라다”니는(‘불면’ 부분) 약간의 긍정을 발견하기도 한다.

“좋은 통역에 겨우 몇 번 정도 성공한 것 같다”는 시인은 “시집에 실린 시들이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 솔직한 부끄러움이 있다”(143쪽)고 고백한다. 속 시원하고 해방감이 느껴지는 성공적인 통역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어떤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한 듯한 부끄러움도 느낀다. 그럼에도 시인의 시선은 “보잘것없이/ 황홀하게/ 지상에 딱 하나 남아 있는 한 권”(‘교보문고’ 부분)으로서 ‘나’를 비추며 빛이자 위로가 된다.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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