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4명 “나는 폭염 취약계층”…냉방비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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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낮 시간 어쩔 수 없이 야외 노출”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해 7월 9일 대구의 한 공사장 인근에서 인부와 행인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해 7월 9일 대구의 한 공사장 인근에서 인부와 행인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4명은 스스로를 폭염 취약계층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저소득·불안정 노동자일수록 폭염에 더 취약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아, 기후 위기가 노동·주거·건강 불평등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폭염 인식을 조사한 결과, 41.2%가 자신이 폭염 취약계층에 속한다고 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이 꼽은 주된 이유는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노동·업무 환경이 확보되지 못해서(34.3%), 안전한 주거·일상 환경이 확보되지 못해서(34.1%), 폭염 노출로 인한 건강 문제를 조기 진단·치료받기 어려워서(31.3%)로 나타났다. 폭염 위험의 배경에 열악한 일터, 주거 환경, 의료 접근성 문제가 겹쳐 있는 셈이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인식 격차도 뚜렷했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57.1%, 일용직 노동자의 54.8%가 스스로를 폭염 취약계층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41.2%)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아울러 여름철 낮 시간대 30분 이상 야외에 머문 사람 중 45.1%는 생계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더위를 견뎌야 했다고 답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폭염에서 연상되는 단어로 분석한 워드클라우드 분석 이미지. 폭염에 떠올린 생각이나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부정적(8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제공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폭염에서 연상되는 단어로 분석한 워드클라우드 분석 이미지. 폭염에 떠올린 생각이나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부정적(8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제공


폭염이 일상에 미친 영향도 컸다. 지난해 여름 무더위로 인해 감소한 항목은 ▲운동 등 신체활동(54.6%) ▲모임 등 사회적 관계·활동(44.2%) ▲수면(40.9%) ▲직장·학교에서의 업무 능률(30.4%)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42.5%는 “지난해 폭염 기간 냉방비 지출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폭염 대응 비용이 늘어나면서 줄인 지출 항목으로는 여가·문화비(60.5%)가 가장 많았고, 이어 의류·생활용품비(51.6%), 식비(48.6%) 순으로 나타났다. 폭염을 견디기 위해 냉방에 돈을 쓰면서,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지출부터 깎아낸 셈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에게 폭염은 이미 기상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국민이 폭염 위험을 이해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정책과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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