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SKY 캐슬’ 11.3%…JTBC 역대 최고 눈앞
김태이 기자
입력 2018 12 23 11:09
수정 2018 12 23 11:09
상류층 향한 비판과 동경 절묘하게 활용한 블랙코미디
상위 0.1%도 별수 없는 자식 농사. 성안의 민낯이 드러날수록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다.2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방송한 JTBC 금토극 ‘SKY 캐슬’ 10회는 전국 11.3%(유료가구), 수도권 13.3%를 기록했다.
‘SKY 캐슬’은 상류층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과 비판이 섞인 대중의 미묘한 시선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상위 0.1%가 모여 산다는 ‘SKY 캐슬’은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 현실 속 ‘그들만의 리그’처럼 견고하고 불투명하지만, 드라마는 입시전쟁을 고리로 그들의 치부와 몰상식을 하나씩 들춰내고 폭로한다.
‘황후의 품격’이 부럽지 않을 만큼 품격을 따지지만 ‘황후의 품격’만큼 허울뿐인 품격인 것을 확인하는 게 ‘SKY 캐슬’을 보는 첫 번째 재미다. 한두명이 아닌 입주자 전원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스꽝스럽게, 또 처절하게 그려진다.
선지가게 딸 곽미향에서 SKY 캐슬 수장으로 변신한 한서진(염정아 분)은 비뚤어진 신분 상승의 욕망을 대변한다. SKY 캐슬 주민들은 물론 자식들에게까지 원래 정체를 숨기고 사는 그를 사기꾼이라 해도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시청자는 어쩐지 서진이 좀 안쓰럽다.
특히 10회에서 이수임(이태란)에 의해 가난한 집안에, 가정폭력 피해자였다는 정체가 마을에 탄로 난 후 ‘존재의 이유’와도 같은 딸 예서(김혜윤)에게 “그딴 유전자였느냐”고 막말을 듣는 그의 모습은 안방에 충격을 줬다.
이 부분에서 “도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한 것이냐”가 아니라 “이수임 저 여자는 뭔데 저렇게 날뛰냐”는 시청자 반응이 더 많은 게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이중적인 심리를 잘 대변한다.
‘SKY 캐슬’에서 유일하게 ‘정상’인 것 같았던 수임은 ‘SKY 캐슬’ 안으로 들어오면서 ‘오지랖 넓고 혼자만 정의로운 척하는 인물’이 돼버린다. 이명주(김정난)의 죽음과 그 아들 영재(송건희)의 폭주를 소설로 쓰겠다는 그는 드라마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미운털이 박혔다.
시청자 역시 수임 같은 누군가가 밝힌 상류층 폭로작을 보고 혀를 차면서, 어느새 ‘그들’에 동화해 수임이 하려는 행위를 ‘분탕질’로 인식해버리는 재밌는 모순에 빠져버렸다. 사실 제대로 분탕질 중인 것은 김주영(김서형)인데 말이다.
노승혜(윤세아)-차민혁(김병철) 부부를 향한 시청자 애정도 흥미롭다. 성공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승혜와 오직 피라미드 첨단만 바라보는 민혁의 팽팽한 기 싸움은 긴장감과 웃음을 동시에 준다. 승혜가 민혁의 독불장군식 교육에 수라상이 아닌 컵라면을 내놓은 장면은 그야말로 블랙코미디였다.
‘인물열전’을 보는듯한, 다채롭고 촘촘한 캐릭터 구성에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해지니 과장된 부분들도 현실적으로 보이는 게 이 드라마의 또 다른 특징이다. 농익은 연기를 자랑하는 40대 여배우를 한 명도 아니고 대거 내세웠으니 예상된 결과다.
1회 1.7%의 시청률로 시작한 ‘SKY 캐슬’을 11.3%까지 끌어올린 데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소화한 배우들의 공도 크다.
극의 주축을 이루는 서진 역의 염정아, 수임 역의 이태란, 승혜 역의 윤세아뿐만 아니라 그의 남편들과 자녀들도 각각 맞춤옷을 입은 듯 연기한다. 성인 배우들이야 워낙 베테랑들로 알려진 이들이지만,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특히 예서 역의 김혜윤이나 예빈 역의 이지원, 혜나 역의 김보라, 영재 역의 송건희 등은 성인 배우들과 붙어도 리드 당한다기보다는 함께 극을 끌고 나간다는 인상을 준다.
이렇듯 볼거리와 이야깃거리의 절묘한 조합 덕분에 시청자는 밖에서 팔짱 끼고 성의 몰락을 웃으며 지켜보는 게 아니라 성안으로 빨려 들어가 하나씩 늘어가는 균열을 함께 확인하는 중이다.
20부 중 정확히 절반 방송한 가운데 ‘SKY 캐슬’이 JTBC 시청률의 신기원을 열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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