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력’… 이 생소한 전율은 뭐지?
이정수 기자
입력 2019 01 23 21:44
수정 2019 02 21 22:28
올해의 헬로루키 인디 포크밴드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부산 출신… EBS 신인육성프로 첫 大賞시각장애 음악광·힙합 빠진 드러머 듀오
“라면만 먹더라도… 음악 없인 못 살겠죠”
서울 넘어 전국 진출… “유스케 나갔으면”
지난달 신인뮤지션 발굴·육성 프로젝트 ‘2018 EBS 헬로루키’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인디 듀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우싸미)의 첫 정규앨범 타이틀곡 ‘무동력’의 한 토막이다. 살면서 이런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던가 싶은 생소함이 전율과 함께 느껴진다. “사람이 죽고 나서 펼쳐질 것 같은 꿈속 느낌을 파스텔톤으로 담아보려 했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질 때쯤 우싸미가 누군지 궁금해진다.
우싸미를 만나기 위해 최근 부산 수영구 수영동 주택가 지하 작업실을 찾았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백충원(34)과 기타를 치는 김선훈(30)으로 이뤄진 이들은 부산 지역에서 활동해온 뮤지션이다. 10회째 이어진 ‘EBS 올해의 헬로루키’에서 서울 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중 첫 대상 수상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주변에서 우주대스타라고 놀리기 시작했어요(웃음). 부산에서 밴드음악 좋아하는 분들이나 같이 활동하는 지인들이 주로 음악을 들어줬는데 이제는 잘 모르는 분들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걸어서 듣고 있는 티를 내주시기도 해요.”(김선훈) “대상을 받았을 때 너무 놀랐고 그 뒤로는 현실감이 없는 상태였어요. 꿈인가 하고 있다가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생긴 게 느껴지더라고요. 기분도 좋고 자신감이 생겼어요.”(백충원)
각자의 음악을 하던 이들은 2013년 김선훈이 몸담고 있던 밴드에서 백충원을 객원드러머로 초청하면서 만났다. 이후 3인조 밴드를 함께 만들었다가 한 명이 빠지게 됐고 몇 달 뒤 둘이서 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자며 우싸미를 결성했다. 백충원은 드럼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힙합을 좋아한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 1급 김선훈은 중학시절 맹학교에서 플루트로 처음 음악을 시작해 재즈 등 다방면의 음악을 한다. 그런데 이들의 합은 포크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김선훈은 “첫 EP 앨범을 냈을 때는 굳이 어쿠스틱이라는 정체성 없이 풀밴드 음원을 냈다”며 “그런데 공연은 어쿠스틱으로 하게 됐고 지난해 부산음악창작소 앨범 지원 경연에 참가했을 때 만난 프로듀서 분께서 포크 쪽으로 방향을 제안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헬로루키’로 선정됐다고 해서 벼락스타가 되지는 않았다. 인디음악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지 않은 탓이다. 상금으로 받은 ‘거금’ 1000만원은 아껴가며 생활비로 쓰고 있다. 백충원은 “어떤 사람들한테는 큰돈이 아니겠지만 저희는 이 정도 잔고가 있어본 게 처음”이라며 웃었다.
예전엔 주로 부산 지역에서만 공연을 했다면 ‘헬로루키’ 이후 서울에서도 여러 차례가 섭외가 들어왔다. 오고 가는 교통비를 빼면 이윤이 남지 않지만 전국을 누비며 공연하는 게 올해의 목표 중 하나다. 백충원은 “서울 관객 분들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외국인 같은 느낌이었다.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반응을 하려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게 느껴졌다. 대전, 광주 등 못 가본 도시에서도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 비해 음악만으로 먹고살기 힘든 지방에서 이들은 왜 인디밴드의 길을 고집할까. 김선훈은 “음악이 왜 좋다 라고 하기보다 저한테서 음악을 빼면 뭐가 남나 싶다”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최대한 오랫동안 음악을 하는 것이 제 꿈”이라고 말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입을 모아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을 말했다. 백충원은 “최대한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을 한번쯤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꾸밈없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음악적으로는 조금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글 사진 부산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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