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리단길 살리기 나선 홍석천 “선한 영향력 퍼뜨리고 싶어”
이정수 기자
입력 2019 06 18 20:28
수정 2019 06 18 20:31
“경리단길이라는 상징성이 있잖아요. 골목 이름이 브랜드가 된 게 처음이니까요. 경리단길을 살리면서 전국의 쇠락한 골목들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싶어요.”
18일 경리단길 초입 ‘마이스카이’에서 만난 홍석천은 ‘왜 (골목상생 프로젝트의 첫 장소가) 경리단길이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이곳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그는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1995년 이태원 반지하방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경리단, 해방촌 등에 있는 단칸방과 옥탑방은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이들이 서울생활을 시작하는 곳이었다”면서 “그때는 색깔 있고 재미있는 공간도 많고, 돈은 없어도 꿈과 열정이 가득한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 출연해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릴 때까지 이태원 반지하방에 살았다. 2000년 국내 연예인 최초 커밍아웃 후 방송일이 모두 끊기자 식당을 연 곳도 이태원이다.
경리단길 살리기가 그의 사업을 도우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있고, 홍석천 탓에 경리단길의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가 언론에 전해진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그는 “상권은 아직 살아있지만 아픈 건 분명하지 않느냐.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 좋은 의사한테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설득했다. 그의 절실한 호소는 응원으로 돌아왔다.
반면 행정기관과의 대화에는 좀처럼 진척이 생기지 않는다. 홍석천은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정작 구청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그는 청년 창업, 소자본·소상공인 지원정책을 아는 상인들이 없다면서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달 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경리단길 축제도 예산 보조 없이 독자적으로 하기로 했다. 홍석천은 “저희들끼리 올해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내년에는 구청의 도움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커밍아웃부터 여러 사회운동,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온 그는 “젊은 청년들을 만나 고민을 들을 때면 저의 20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지금은 계란으로 바위 깨기를 하고 있지만 인생 선배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다”고 했다.
남산 자락의 조그마한 동네에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인 재미있는 공간. 홍석천이 꿈꾸는 경리단길이다. 그는 무일푼에 꿈만 있던 시절 자신을 떠올리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 청년들의 꿈을 품어줄 수 있고, 그 꿈이 커져 밖으로 나갔을 때 또 다른 꿈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오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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