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장범준부터 TXT까지… 노래 제목 길어야 히트?
이정수 기자
입력 2019 10 22 21:02
수정 2019 10 23 17:54
긴 제목 노래 유행… 직설적 가사 선호
악뮤의 이찬혁은 지난달 새 앨범(왼쪽) 발매 간담회에서 “(동생) 수현이는 줄여서 ‘어사널사’라고 하지만 그렇게 줄일 거라면 애초에 길게 짓지도 않았다”며 “긴 문장 자체로 작품성이 있고, 완성형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차트 30위 안에는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먼데이 키즈의 ‘사랑이 식었다고 말해도 돼’ 등 10자가 넘는 제목들이 보인다. 긴 제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는 모양새다.
문장형으로 완성된 제목은 주로 서정적인 발라드 장르에서 선호된다. 긴 제목으로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짧은 시 같은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 제목 히트곡의 가장 대표적인 가수는 밴드 잔나비다. 지난봄 발표한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과거 발표한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등이 역주행했다. 길이가 무려 42자에 이르는 ‘사랑하긴 했었나요…’는 가사 앞부분을 모두 제목에 넣은 경우다.
긴 제목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1일 신곡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로 컴백한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곡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제목”이라면서 “우리 팀의 독특한 색깔이 드러난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3월 데뷔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를 통해 아이돌 댄스곡으로는 이례적으로 긴 제목을 선보인 바 있다. 이석훈은 24일 ‘우리 사랑했던 추억을 아직 잊지 말아요’로 긴 제목 열풍에 동참한다. 이석훈은 “이별하면 떠오르는 게 추억이었다. 처음 나왔던 노랫말이 바로 제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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