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사회도 이런 아저씨 한 명쯤 필요하지 않을까요
신융아 기자
입력 2018 05 18 18:00
수정 2018 05 19 21:31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한국의 자화상
방영 초반 극중 24살 나이차 논란 딛고 따뜻한 연민과 이해 품은 명대사 주목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지난 17일 시청률 7.4%로 끝났다. 극 초반 과도한 폭력 장면에다 주인공 이선균과 아이유(이지은)의 나이 차(실제는 18살, 극 중에서는 24살 차이가 난다)로 롤리타 신드롬에까지 휩싸이며 논란이 됐지만, 이를 극복하고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선입견과 달리 로맨스 대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으로 드라마를 채워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특히 ‘나의 아저씨’는 매회 인생을 통찰하는 명대사로도 화제가 됐다. 시청자들에게 오랜 여운을 남길 명대사를 짚어 봤다.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삼형제 중 유일하게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가족 관계, 직장 생활 등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갇혀 좀처럼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박동훈(이선균)의 속을 꿰뚫는 이지안(이지은)의 지적이다. 동훈은 자신에게 갑작스레 입을 맞춘 지안을 불러 “재밌냐? 나이 든 남자 갖고 노니까 재밌어?”라고 다그치자 지안은 “남자랑 입술 닿아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그냥 대봤어요. 나만큼 지겨워 보이길래. 어떻게 하면 월 오륙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가 있을까.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이라고 말한다.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회식 중 팀원들이 파견직이면서도 당돌하고, 때때로 불편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지안에 대해 뒷담화를 하자 동훈은 “너희들은 걔 안 불쌍하냐?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이 말해 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라고 말한다. 동훈을 도청하는 지안은 이 말을 모두 듣는다.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 고단한 세속의 삶을 버리고 산사의 중이 된 친구에게 동훈이 ‘산사는 평화로운가? 난 천근만근인 몸을 질질 끌고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고 문자한다. 친구 겸덕(박해준)은 ‘니 몸은 기껏해야 백이십근.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이라고 답한다.
“할머니 돌아가시면 꼭 연락해” 잠적한 지안이 공중전화로 연락하자 동훈은 “할머니 돌아가시면 연락해”라고 전한다. 혈육이라고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밖에 없는 지안이 세상을 믿고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여기서 찾는다.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아는 동훈은 과거에도 한때 불편한 사이가 될 뻔한 지안에게 이렇게 말하며 타이른다.
“(회사에서) 너 자르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면 아는 척 안 하고 지나갈 것 생각하면 벌써부터 소화 안 돼. 너 말고도 내 인생에 불편하고 껄끄러운 인간들 널렸어. 그딴 인간 더는 못 만들어. 학교 때 아무 사이 아니었던 애도 어쩌다 걔네 부모님 만나서 인사하고 몇 마디 나누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 아니게 돼. 나는 그래. 나 너네 할머니 장례식 갈 거고, 너 우리 엄마 장례식에 와. 그러니까 털어.”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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