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할머니와 어린 세대 간 궁합…이런 예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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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호평 속 종영, MBC 파일럿 프로그램 ‘가시나들’ 권성민

기획안 단계선 “예능 같지 않다” 실망
노년층·어린 세대 간 우정 보여주고파
실제 조부모와 친밀성 기준으로 섭외
호평 불구 시청률 낮아 정규편성 난항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많아요” 자신감
1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권성민 PD는 최근 종영한 4부작 파일럿 예능 ‘가시나들’을 두고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면서 정규편성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경남 함양 문해학교 할머니들과 손자뻘 연예인들이 정을 나누는 모습을 그린 ‘가시나들’은 시청자·평론가의 찬사에도 3% 시청률로 마무리했다.<br>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권성민 PD는 최근 종영한 4부작 파일럿 예능 ‘가시나들’을 두고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면서 정규편성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경남 함양 문해학교 할머니들과 손자뻘 연예인들이 정을 나누는 모습을 그린 ‘가시나들’은 시청자·평론가의 찬사에도 3% 시청률로 마무리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정말 오랜만에 만난 힐링 예능이었다. 경남 함양의 문해학교에서 한글을 처음 배우는 할머니들과 손자뻘인 20대 연예인들이 짝꿍이 돼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깔깔대는 폭소는 없어도, 꾸밈없는 할머니들의 말과 행동에 보는 내내 옅은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러다 더럭 눈가가 젖는다. 할머니들의 옛 시절, ‘가난해서’ 또는 ‘여자라서’ 글을 못 배운 이야기, ‘영감’을 먼저 떠나보낸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다.
MBC ‘가시나들´ 한 장면.
MBC ‘가시나들´ 한 장면.
“기획안을 냈을 때 ‘예능 같지 않다’며 달가워하지 않으셨어요. 시청자들이 깔깔대며 보는 예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저 같은 예능 PD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에서 만난 권성민(33) PD는 지난 9일 종영한 ‘가시나들’이 예능판에서 갖는 의미를 이렇게 소개했다.

‘가시나들’은 2012년 MBC에 입사한 권 PD의 첫 단독연출작이다. “영화 ‘시네마 천국’이나 ‘집으로’처럼 노년층과 어린 세대의 우정을 보여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게 기획 의도다. 마침 영화 ‘칠곡 가시나들’ 제작 소식을 들었고 김재환 감독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김 감독은 3년 동안 전국 문해학교를 돌면서 조사를 한 터라 제작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할머니와 손주의 조합에 걸그룹 멤버 4명(최유정, 수빈, 우기, 이브)과 20대 배우 장동윤이 참여했다. 이들의 섭외 기준은 ‘실제로 얼마나 조부모와 친밀한 관계인지’였다. 권 PD는 “여기에 시골 생활에 너무 낯설어하지 않을 것도 고려했더니, 어린 짝꿍들이 할머니들과 털털하게 잘 어울리는 그림이 나왔다”고 했다. 선생님이 된 배우 문소리는 사범대 출신에 교사 자격증이 있어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귄 PD는 “지금까지 했던 어떤 예능보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며 웃었다. 하루 종일 꼬박 촬영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평소엔 골아떨어졌을 스태프들이 서로 자기 할머니가 더 귀엽다고 자랑 배틀을 벌였다. 할머니와 출연진, 담당 작가들이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장동윤은 최근 함양에 다시 내려가 김점금 할머니 댁에서 하룻밤 머물고 왔을 정도다.

‘착한 예능’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이 ‘무공해 청정 예능’은 그러나 정규편성이 불확실하다. 시청자와 평론가 등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파일럿 4회 방영 내내 3% 시청률에 머문 탓이다. 권 PD는 “지난 몇 년간 망가진 MBC를 정상궤도에 올리기도 바쁜데 지상파의 불안정한 환경이 겹치면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는 듯하다”고 녹록잖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입사 면접 때도 “예능을 많이 보지 않는다”는 대답을 내놨다고 했다. 대신 “예능을 많이 보는 게 비슷한 후속작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저처럼 다른 콘텐츠를 많이 보는 사람이 새로운 예능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그다.

그러면 정규편성을 받기 위한 논리는 무엇일까. 권 PD는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면서 “학교생활과 할머니들의 일상이라는 두 축이 있다. 농촌생활이라는 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콘텐츠가 나온다. 문해학교 학예회, 수학여행, 여름 시골의 청량함, 농번기에 어린 짝꿍들이 일손을 거드는 모습 등 보여 드릴 수 있는 게 정말 많다”며 들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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