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한 명 낳은 여성이 세 명 낳은 여성보다 치매 위험이 높다”
이기철 기자
입력 2018 07 25 10:41
수정 2018 07 25 10:51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의료센터 노선 캘리포니아 연구소의 파울라 질산스 박사 연구팀은 임신과 유산 횟수, 초경과 폐경 연령, 생식 기간 등 여성의 생식 관련 이력이 치매 위험 증가 또는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방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24일 보도했다. 그동안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기 때문에 치매 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연구팀은 1964~1970년 사이에 의료 기록이 있는 40~55세인 여성 1만 4595명을 대상으로 치매 발생 기록을 추적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들의 지난해 의료기록을 조사했다.
다음은 핵심 조사결과다.
△ 자녀를 3명 이상 낳은 여성은 출산한 자녀가 한 명뿐인 여성에 비해 치매 위험이 12% 낮았다.
△ 초경이 16~17세에 시작된 여성은 13세에 초경을 겪은 여성에 비해 치매 위험이 31% 높았다.
△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유산한 일이 전혀 없는 여성에 비해 유산 횟수가 추가될 때마다 치매 위험이 8%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초경과 폐경 사이의 생식 기간이 21~30년인 여성은 38~44년인 여성보다 치매 위험이 33% 높았다.
이런 결과는 여성의 치매 유병률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이유가 단순히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기 때문만은 아니며 여성의 생리학적 경험의 차이와도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산스 박사는 지적했다. 연구결과는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학회 국제학술회의(AAIC 2018)에서 발표됐다.
질산스 박사는 WP에 “여성의 생식과 치매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리나 임신기간 에스트로겐 레벨이 높아지고, 이 때는 여성 신체에서 수백가지의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임신기간 아이를 보호하는 방어기전이 치매를 예방하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편 미국의 경우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치매 환자 가운데 여성이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 약 550만명 가운데 여성이 340만명, 남성은 2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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