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도둑’ 녹내장… “자기 전 불 끄고 스마트폰 보지 마세요”
강주리 기자
입력 2024 11 04 17:46
수정 2024 11 05 10:19
증상 없이 시력 앗아가는 녹내장
안압 상승·혈액 순환 장애 등 원인13년 만에 발병 3배 늘어 118만명
형제가 녹내장일 때 발병 위험 8배
약물 치료·수술 통해 안압 낮춰야
엎드려 자기 피하고 오메가3 섭취
‘자기 전 어두운 곳에서 고개 숙여 스마트폰을 한참 보거나 엎드려 잔다.’
이런 행동들은 ‘지구촌 실명 원인 2위’ 녹내장을 일으키는 안 좋은 습관들로 꼽힌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스마트폰을 보느라 눈이 쉴 틈이 없다.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수험생은 물론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직장인도 눈의 피로를 호소한다. ‘눈의 날’(11월 11일)이 다가옴에 따라 뚜렷한 증상 없이 시력을 잃어 가고 완치가 어려운 녹내장으로부터 눈을 지키는 방법을 살펴봤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과 혈액 순환 장애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 장애와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악명 높은 ‘시력 도둑’이다. 녹내장 환자는 전 세계 6000만명 이상으로 국내에서도 해마다 늘고 있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44만명이었던 녹내장 환자는 지난해 118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최웅락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시신경이 서서히 약해지기 때문에 초기엔 거의 증상이 없다가 점점 시야가 좁아지면서 마지막에 실명한다”며 “녹내장으로 일단 시신경이 손상되면 회복할 수 없어 조기 진단과 이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녹내장을 일으키는 결정적 요인은 시신경 손상이다. 고령층이라든가 당뇨·고혈압 등 전신 질환,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 복용, 고도 근시가 있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으면 발생 가능성이 크다.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부모가 녹내장이 있다면 자녀의 발병 위험은 2~3배, 형제 중 녹내장이 있다면 7~8배 발병 위험이 올라간다”고 전했다. 김고은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신생아, 유아 등 어린아이부터 노인에게까지 다 생길 수 있는 질환으로 40세 이후엔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자각 증세가 없더라도 녹내장 정기 검진을 받아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눈에는 ‘방수’라는 투명한 액체가 있는데 안구 내부의 모양체라는 곳에서 생성돼 섬유주라는 곳으로 빠져나간다. 섬유주 주변 홍채가 섬유주 입구를 막아 방수가 흘러 나가지 못하면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한다. 갑자기 심한 안구 통증과 편두통, 충혈, 시력 저하, 구역질 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방수 배출 부위의 저항 증가로 안압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지만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인데도 녹내장성 손상이 발생하는 ‘정상 안압 녹내장’도 있다. 한국인 녹내장의 80%를 차지한다.
녹내장 치료의 최우선 목표는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약물 치료는 하루 1~2회 안구에 직접 약물을 점안한다. 충혈과 따가운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수술은 눈의 방수 유출을 돕는 섬유주 절제술과 녹내장 임플란트 삽입술이 있다. 최근엔 결막 손상을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을 널리 시행한다.
녹내장은 생활 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다. 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어두운 곳에서 근거리로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를 자주 취하면 두꺼워진 수정체가 방수 흐름을 막아 안압을 높여 폐쇄각 녹내장을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엎드려 자기, 물구나무서기, 윗몸 일으키기, 무리한 관악기 연주, 물 한 번에 많이 마시기, 넥타이를 세게 매는 것도 안압을 높이므로 자제하는 게 좋다. 항산화 효과가 있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 섭취, 유산소운동은 눈의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C·E, 루테인, 제아크산틴, 연어·정어리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도 눈 건강에 좋다.
이원준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는 “눈과 전자기기 사이에 적당한 거리 확보와 규칙적인 수면이 중요하다”며 “과도하게 힘을 주는 운동 등 안압을 높일 수 있는 생활 습관을 자제해 녹내장의 발생과 진행을 늦추고 조기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 속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꾸준한 경과 관찰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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