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은 하모…먹어 보면 불끈, 원기 회복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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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만 반짝 잡혀 더 귀하다… 최고의 보양식 ‘갯장어’

여름철 보양식의 으뜸인 장어 가운데 갯장어는 맛이 뛰어난 데다 영양가도 풍부해 최고로 친다. 여름철에도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갯장어회.
여름철 보양식의 으뜸인 장어 가운데 갯장어는 맛이 뛰어난 데다 영양가도 풍부해 최고로 친다. 여름철에도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갯장어회.
무더위 철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을 잘 나려면 고단백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조상들은 예부터 보양식으로 장어를 즐겼다. 갖은 양념을 곁들인 탕 요리를 으뜸으로 쳤다. 요즘은 날것인 회와 ‘샤부샤부’로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장어류는 4종류가 있다. 붕장어, 뱀장어, 갯장어, 먹장어다. 붕장어(일명 아나고)는 횟집 수족관에서 사시사철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양식은 하지 않고 연안과 먼바다를 오가며 통발낚시로 잡는다. 애주가 등이 탕이나 구이, 회 등으로 즐기는 음식이다. 뱀장어는 바다에서 산란 후 민물에서 서식하지만 남획으로 씨가 말랐다. 시중에 나오는 것은 대부분 양식이다. 먹장어(곰장어)는 야행성 연골어류로 얕은 바다의 모래나 펄 속에서 살며 몸체에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있다. 주로 겨울철 술안주용 구이로 이용된다.

이 가운데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은 갯장어(일명 하모)다. 갯장어는 여름 한철 반짝 나왔다가 사라지는 데다 맛 또한 일품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참장어, 개장어, 바닷장어로도 불린다. 갯장어는 최고 길이 2m까지 자란다. 등 쪽은 다갈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이빨은 매우 날카롭다. 수심이 깊은 해역의 모래와 펄이 섞인 지역에 서식하며 야행성이다. 남해안에서도 상대적으로 개펄이 발달하지 않은 완도 해역에서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 개펄이 광범위하게 분포한 득량만, 여자만 등이 주산지이다. 작은 새우와 게 등 갑각류를 먹고 살며 6~7월쯤 수심이 상대적으로 얕은 연안으로 이동해 산란한다. 서남해와 일본, 대만 등지에도 분포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샤부샤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샤부샤부.
샤부샤부를 먹은 뒤 육수에 끓인 어죽. 찹쌀과 당근, 양파 등이 들어가 달짝지근하고 감칠맛이 난다.
샤부샤부를 먹은 뒤 육수에 끓인 어죽. 찹쌀과 당근, 양파 등이 들어가 달짝지근하고 감칠맛이 난다.
요즘 득량만(고흥·장흥)~여자만(여수·순천)~경남 고성 등 서남해안 어민들은 갯장어 낚시에 한창이다. 어민들은 수백개씩 달린 주낙에 전어 등의 미끼를 달아 하룻밤가량을 바닷속에 놔둔 뒤 낚싯줄을 걷어 올린다. 줄줄이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갯장어는 살아 있는 상태로 지역 수협 등을 거쳐 대도시로 공급된다.

아무나 즐길 수도 없다. 사시사철 잡히지 않는 데다 생산량이 적어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싼 탓이다. 지난 24일 전남 고흥녹동수협 위판장에서는 모두 500㎏가량의 갯장어가 위판됐다. 가격은 ㎏당 4만 5000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30여년간 중매인으로 활동 중인 박휘봉(62)씨는 “지금부터 8월 15일쯤까지 본격적으로 갯장어가 출하된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전라도와 경남도 일부 해안 지역에서만 즐겼던 갯장어가 최근 들어 부산, 서울, 광주 등 대도시로 진출하면서 가격도 폭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당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서면 국내 소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됐다”며 “갯장어를 즐기는 소비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지난해 성수기 가격이 7만 5000원까지 올랐으나 없어서 못 팔았다”고 말했다. 해마다 생산량이 최고에 달하는 8월 15일을 전후해 가격이 크게 내린다.

정약전의 자산어보(1814년)에는 갯장어를 가리켜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는 개와 같아서 고르지 못하다. 뼈가 견고해 능히 사람을 물어 삼킨다.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 고기를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고 했다.
육수에 데친 살코기를 채소에 싼 모습.
육수에 데친 살코기를 채소에 싼 모습.
갯장어는 하모라는 별명처럼 공격성이 매우 강하다. 하모는 일본어 ‘하무’(물다)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어부나 낚시꾼이 갯장어를 선상으로 건져 올려놓으면 뱀처럼 입을 벌려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일본인들은 이 물고기를 매우 좋아하며 주로 샤부샤부(유비키)를 해 먹는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 소득격차가 컸던 1980년부터 2000년 초반만 해도 갯장어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다. 실제로 갯장어가 시중에 널리 유통된 것은 10년 남짓에 불과하다.

갯장어가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특유한 맛과 풍미에서 비롯된다. 살코기를 발라내 끓는 육수에 데쳐 샤부샤부로 먹거나 날것을 회로 즐기는 방법이 있다.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여수·광주 등 대도시 음식점에서는 회보다는 샤부샤부가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샤부샤부는 남녀노소 누구가 즐기며 육수에 따라 풍미는 천차만별이다. 이 지역 갯장어 요리집에서는 다시마와 멸치, 양파, 마늘, 표고버섯 등으로 푹 고아낸 국물이 기본 육수로 나온다. 여기에 양파, 부추, 미나리, 들깻잎 등 각종 채소를 넣어 데친다. 이어 깨끗하게 손질된 갯장어를 젓가락으로 집어 20~30초가량 익힌다. 살코기 색깔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만 익히면 된다. 너무 오래 익히면 살점이 부스러져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떨어진다. 이를 살짝 데친 깻잎, 양파 등에 싸서 잘게 다진 마늘과 버무린 된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부드러운 살코기와 채소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살코기를 다 먹은 후 남은 육수에는 물에 불린 찹쌀과 잘게 썬 당근, 양파 등을 넣어 푹 끓여낸다. 달짝지근하고 감칠맛이 나는 어죽으로 재탄생한다. 요릿집에 따라 김치와 라면 사리를 넣어 식사 대용으로 내놓기도 한다.

해안가 식당이나 산지에서는 회가 더 인기다. 여름철 일반 생선류가 알이 배어 육질이 퍼석해지는 것과 달리 갯장어는 쫄깃하고 씹히는 맛이 고소해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긴다.

갓 잡은 갯장어의 껍질을 벗긴 뒤 가늘고 길게 썰면 맑고 투명한 살점의 단면에 무지개 빛깔이 돈다. 이는 싱싱함의 척도이다. 갯장어는 다른 장어류와 달리 살 속에 잔가시가 많다. 손질할 때 잔뼈가 씹히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갯장어의 쫄깃한 식감을 능가할 어류는 없다는 게 미식가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전라도에서는 주로 들깻잎이나 상추에 된장으로 쌈을 싼다.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와 간장 소스를 이용해 회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갯장어는 영양도 풍부하다. 특히 8월 15일 이후 잡히는 갯장어는 기름이 꽉 차 있어 노약자 영양식으로 안성맞춤이다. 갯장어를 통째로 고아낸 뒤 믹서에 갈아 국물을 체로 걸러내 끓이면 된다. 양파, 버섯, 호박, 참깨 등을 곁들이면 풍미가 배가된다.

‘동의보감’은 장어를 “오장이 허한 것을 보하고, 원기를 회복시키는 식품”으로 설명한다. 단백질 외에도 여름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A·B가 많이 함유돼 있다. 성인병 예방과 피로회복 기능이 탁월하고 껍질에는 피부탄력성 유지에 도움을 주는 콘도로이틴 성분이 있어 여성들로부터도 인기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닮은 듯 다른 장어의 세계

① 붕장어: 일명 아나고. 가장 흔한 장어류죠

② 뱀장어: 바다서 산란 후 민물에서 서식해요

③ 먹장어: 얕은 바다 모래나 펄 속에 살아요

④ 갯장어: 날카로운 이빨에 2m까지 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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