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민물의 진미… 속이 확 풀리네요~
조한종 기자
입력 2021 12 05 17:16
수정 2021 12 06 01:39
영월 동강·서강·주천강변 잡어매운탕
전국에는 수많은 매운탕집이 있지만 청정한 동강과 서강, 주천강을 끼고 있는 강원도 영월 지역의 민물매운탕집들은 투박하고 깔끔한 토속적인 맛으로 승부를 내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동강과 서강의 합류지점과 서강 쪽 매운탕집들은 메기·빠가사리·쏘가리 등 다양한 어종을 쓴다. 상류인 주천강변의 매운탕집들은 쏘가리·빠가사리 등 주로 맑은 물에서 사는 어종만으로 매운탕을 끓여 낸다. 매운탕은 빠가사리와 쏘가리 등 한 가지 어종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제철에 잡은 다양한 민물고기를 넣고 끓이는 잡어매운탕이 대세다.
●꺽지·퉁가리·빠가사리·민물새우의 조화
동강·서강이 합쳐지는 지점에 있는 물레방아식당과 청령포 인근의 동강수산매운탕이 잘 알려졌다. 이들 식당에는 메기매운탕이 있다. 상류인 주천강변의 떡메매운탕과 용석삼거리쉼터식당은 잡어매운탕 위주로 승부를 건다. 이 지역 매운탕집들은 인근 강에서 잡은 물고기만을 사용한다.
남한강과 동강의 상류인 주천강은 맑은 물이 흐르는 청정 1급수에 가까운 수질을 자랑하는 곳이어서 매운탕 재료가 되는 어종도 꺽지·쏘가리·피라미·버들치·어름치·쉬리 등이 주를 이룬다. 겨울철에 접어든 요즘에는 쏘가리·퉁가리·빠가사리 등이 주요 재료다.
영월 지역 매운탕집을 찾는 손님들은 두번 놀란다. 싱싱한 민물고기와 각종 채소의 푸짐한 양에 한번 놀라고, 투박하면서도 얼큰하고 감칠맛이 나는 특유의 매운탕맛에 다시 놀란다. 이런 맛 덕분에 인근 원주와 제천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에서 찾는 단골손님들이 사계절 끊이지 않는다.
민물매운탕은 집에서 손수 담아 묵힌 찌개고추장(집고추장)을 냄비에 푸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고추장을 푼 물에 제철에 잡은 각종 잡어와 숭덩숭덩 썬 감자, 무를 넣고 센 불에 끓이다 숟가락으로 뜯어내는 밀가루 수제비를 넣어 한소끔 더 끓여 낸다. 이렇게 한 차례 끓인 매운탕에 쑥갓, 깻잎, 팽이버섯, 파, 마늘, 양파, 청양고추 등 채소를 듬뿍 올려 손님상에서 다시 끓이면 매운탕이 완성된다.
모든 채소는 큼직큼직하게 썰어 요리한다. 굵은 대파도 어른 손가락보다 길게 썰어 넣고, 깻잎과 팽이버섯은 아예 썰지 않고 냄비에 올린다. 인심이 좋아 양념도 듬뿍듬뿍 내놓는다. 마늘은 큰 국자 한가득 넣고, 썬 양파와 청양고추도 한 움큼 이상 넣어 맛을 낸다. 고춧가루와 후춧가루 등도 듬뿍 넣어 매운탕 국물이 얼큰하고 칼칼하다. 제철에 잡히는 각종 잡어에 진개미(민물새우)를 푸짐하게 넣어 국물이 진하고 뒷맛이 시원하다. 대파와 양파가 들어가 달짝지근한 감칠맛도 일품이다.
특히 주천강변의 ‘떡메매운탕’은 잡어매운탕으로 소문난 집이다. 전부일(58)·박미래(59)씨 부부가 운영하는 떡메매운탕은 30년 넘게 청정 주천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만을 사용하는 데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양념을 듬뿍 올려 맛을 낸다. 가게가 좁고 4인용 테이블이 11개에 불과해 맛을 보려면 예약은 필수다. 남편 전씨는 주천면 마을 어업인들과 함께 고기를 잡아 오고 부인 박씨가 요리를 전담한다. 매운탕을 먹다 양이 부족해지면 수제비와 채소 등을 덤으로 시켜 먹을 수 있다.
인심 좋은 박씨는 바가지에 밀가루를 풀어 들고 다니며 직접 손님상 매운탕 냄비에 숟가락으로 수제비를 양껏 떠 넣어 준다. 손으로 뜯어 넣는 수제비보다 숟가락으로 뜯어 육수에 던져 내는 옹골옹골한 수제비가 더 정감 있고 맛있다. 전라도가 고향인 박씨의 손맛과 주천면 토박이인 전씨의 성실함으로 매운탕집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박씨는 “깨끗한 주천강에서 나는 고기만 사용하고 채소와 양념도 푸짐하게 손님상에 올리니 단골손님이 많다”고 귀띔했다.
상호의 ‘떡메’에 대한 유래에 대해 영월 토박이 우영석(56) 강원도 대변인은 “20년 전만 해도 겨울철 주천강이 얼어붙으면 고기를 잡기 위해 떡메를 사용했다”며 “시골 친구들끼리 물푸레나무로 만든 커다란 떡메를 메고 얼음 위를 꽝꽝 두드리며 겨울잠을 자던 고기들을 놀라게 해 한 곳으로 몰며 고기를 잡곤 했다”고 추억했다. 정작 떡메매운탕 주인 박씨는 “남편이 힘이 좋아 마을사람들이 떽메라는 별칭을 붙여줘 간판도 떡메매운탕으로 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전씨는 주천강에서 나는 다슬기를 잡아 외지에 팔기도 하고, 박씨가 해장국을 끓여 손님상에 내기도 한다. 다슬기 해장국은 해감하고 깨끗이 씻어 통째로 간 뒤 육수만을 뽑아 된장을 넣어 끓여 낸다. 다슬기 육수에 파뿌리와 청양고추를 넣어 육수 맛을 더한 뒤 시래기와 부추, 팽이버섯, 깐 다슬기를 한 움큼 넣고 바글바글 끓여 손님상에 올린다. 건강에도 좋고 매운탕만큼 해장에도 그만이다.
주천강 주변은 풍광 좋은 명소도 많다. 이 가운데 염둔천계곡과 요선암이 유명하다. 염둔천계곡은 주천면 일대 7㎞에 이르는 구간으로 깨끗한 물과 바위,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루어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강을 낀 수주면 무릉리 요선암은 수많은 너럭바위와 물길에 씻겨 만들어진 반질반질한 화강암이 절경을 이룬다. 요선암 인근 절벽에는 요선정 정자가 있어 옛 선비들의 풍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30분 거리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 놓은 법흥사가 있다.
떡메매운탕집 주인 전씨는 “주천강 물은 맑고 맛이 달아 예로부터 술을 담그면 맛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며 “이런 주천강에서 자라는 민물고기로 끓이는 매운탕은 맛이 좋아 지금도 외지에서 매운탕을 먹으러 많이들 찾는다”고 말했다. 술에 얽힌 주천면, 주천강에 대한 전설도 전해진다. 지금도 이 지역 ‘젊은달Y파크 미술관’에는 술 박물관을 별도로 두고 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겨울 나들이길 영월을 찾아 잡어매운탕의 별미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영월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트윅,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