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월호 보고·지시시간 모두 조작…최순실, 오후 靑방문”
입력 2018 03 28 15:52
수정 2018 03 28 17:18
“첫 서면보고 오전 10시19∼20분…朴청와대 ‘10시 보고’ 주장은 거짓”
“첫 전화 지시도 10시15분 아닌 10시22분…모두 ‘골든타임’ 넘긴 시점”“실시간으로 11회 서면보고 안해…오후 및 저녁에 총 2회 일괄 출력 보고”
‘보고 조작’ 김장수·김기춘, ‘훈령 조작’ 김관진 각각 기소
박 전 대통령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로 ‘총력 구조’를 지시한 시각도 오전 10시 15분이 아니라 구조 ‘골든 타임’이 지난 10시 22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고 당일 오후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청와대 관저에 들어와 박 전 대통령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등 대처 방안을 논의한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검찰은 대통령 보고 및 지시시간을 임의로 바꾸고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무단 수정한 책임을 물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 수정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28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김장수·김기춘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된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에 머무르면서 조사를 거부해 그를 기소 중지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또 다른 공범인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은 현역 군인이어서 군 검찰로 사건을 이송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첫 서면보고를 받은 시각, 첫 유선 보고가 이뤄진 시각 등이 사실과 다르게 적힌 답변서를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근무자와 각 부처 관계자 등 63명의 참고인을 조사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이 머무르던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된 때는 오전 10시 19분∼20분께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때는 이미 세월호 탑승객이 외부로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보낸 10시 17분, 즉 박근혜 정부가 규정한 ‘골든 타임’보다 늦은 시간이다. 검찰은 이 무렵에는 이미 세월호가 108도로 기울어진 채 침몰 중인 상태여서 구조를 위한 ‘골든 타임’이 지난 때라고 판단했다.
김장수 전 실장과 박 전 대통령 간에 첫 전화 보고가 이뤄진 시각도 과거 청와대가 주장했던 오전 10시 15분이 아니라 10시 22분으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안 전 비서관이 차를 타고 관저로 이동해 박 전 대통령을 불렀고, 침실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이 밖으로 나와 오전 10시 22분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11차례에 걸쳐 실시간으로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4.16 여객선 침몰 사고상황’ 보고서가 정호성 비서관의 이메일로 11차례 발송된 것은 맞지만, 정 비서관은 당일 오후와 저녁 시간에 각각 한 차례 출력해 총 두 차례만 박 전 대통령에게 일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탑승객 구조 골든 타임 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꾸미려고 국회에 조작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참사 당일) 대통령이 출근을 안 했다는 비난이 컸고, 7시간 반 동안 뭘 했는지 극단적 얘기가 오갔다”며 “7월 국회 운영위가 있었고 10월 국정감사에서 강도 높은 추궁이 예정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어떻게든 골든 타임 전에 보고하고 지시한 것으로 하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허위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국가위기관리 지침이 수정된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그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고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조사하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작년 10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 사고 내용을 최초 보고한 시간이 원래 오전 9시 30분이었지만 사후에 30분 늦은 오전 10시로 조작된 정황이 발견됐다면서 김기춘·김장수 전 실장 등을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로 청와대가 보고 시간을 30분 늦춘 것이 아니라 오히려 20분가량 당긴 것으로 결론 내렸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후 최순실씨가 청와대 관저에 은밀히 들어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 최씨는 이날 이영선 전 경호관이 모는 차를 타고 오후 2시 15분께 청와대로 들어와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비서관이 참여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회의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본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당시 ‘5인 회의’에서 최씨 제안을 박 전 대통령이 수용하는 식으로 결정됐다고 당시 회의 참여한 측근들이 검찰에서 진술했다.
앞서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하고 어떤 외부인도 관저에 들어온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일에 최씨가 관저에 들어온 것이 사실이라면 박 전 대통령은 작년 탄핵심판 과정까지 국민에게 ‘비선 실세’의 존재를 숨긴 셈이 된다.
한편, 검찰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 등)로 김관진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청와대는 ‘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위기관리와 국정 수행을 보좌하고, 국가 차원의 위기 관련 정보를 분석·평가·기획 및 수행체계 구축 등 위기관리 종합관리 기능을 수행하고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한다’던 기존 내용을 볼펜으로 두줄을 그어 모두 삭제했다.
대신 손글씨로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수행을 보장한다’고 고쳐 각 부처·기관에서 시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오전 10시께 세월호 상황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위증한 혐의로 윤전추 전 행정관도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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