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출 숨기고 전세금받아 투자로 날린 세입자에 ‘징역 1년 6개월’
민나리 기자
입력 2020 09 10 16:07
수정 2020 09 10 16:07
보험사에 질권 승낙한 집주인
전세보증금 세입자에 전액 반환
세입자는 변제 대신 투자로 손실
法 “채무 사실 고지 의무有 사기죄 성립”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강열)는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에선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도 피해회복의 기회를 부여한다며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지만 2심에선 법정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김씨는 2015년 12월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 대해 전세보증금 5억원에 임대기간 2년으로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보증금 5억 중 4억원을 동부화재해상보험(현 DB손해보험)에서 전세자금대출로 조달했는데 임대인을 이를 위해 동부화재에 ‘근질권설정 승낙서 및 임차보증금 반환 확약서’를 작성해줬다.
그러나 1년 6개월 뒤 김씨의 요청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임대인은 동부화재에 있는 질권을 망각하고 김씨에게 보증금 5억원 전액을 반환했다. 김씨는 이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는 대신 선물옵션에 대부분 투자했고 거액을 손실을 입으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동부화재는 해당 아파트를 가압류한 뒤 임대인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임대인은 대출금에 그에 대한 지연이자까지 떠앉게 됐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씨는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으면서 임대인에게 전세대출금 미상환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면서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이러한 법률상의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계약 이후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임대인은 확약서를 작성해줬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지만, 김씨는 채무 상환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전세대출금 채무를 변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할 법률상의 의무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씨가 동부화재에 지속적으로 대출금을 변제해 이달 2일 기준 전세대출 채무 잔액이 1억 9900여만원인 것을 감안해 1심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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