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법원도 하청 노조 손 들었다
중노위 이어 ‘원청=사용자’ 인정
CJ측 “이해 어려워…항소 검토”
현대·기아 노조 등도 소송 가능성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용석)는 12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특수고용직 택배기사로 구성된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해결하기 위해 원청회사인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택배노조는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2021년 3월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업무에 대한 지배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중노위를 상대로 해당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택배노조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합법적인 노조 필증을 받고도 6년간 원청인 CJ대한통운이 계속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대화의 장을 열지 못했다”면서 “노조와 원청이 머리를 맞대고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2·3조 개정안도 국회 계류 중이지만 이번 판결로 논의의 물꼬가 트일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은 대리점에 고용된 택배기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만큼 사용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재 전국 2000여개 대리점과 2만여명의 택배기사들이 계약을 맺는 구조다. 대리점별로 처리하는 물량, 집배송 구역이 달라 업무 수행 방식이나 경영 체계도 같지 않다.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은 “이번 법원의 결정은 전국 2000여개 대리점의 경영권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택배산업의 현실과 생태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도 이번 판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노위에 이어 법원까지 하청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른 하청업체 노조도 줄줄이 법적 다툼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CJ대한통운 외에도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원청 교섭권과 관련해 하청 노조와 분쟁을 겪고 있다.
박상연 기자
명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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