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열기구 돌풍에 추락… 조종사 사망… 예견된 사고였나
황경근 기자
입력 2018 04 12 22:48
수정 2018 04 13 02:43
비상착륙 후 150m가량 끌려가
바스켓 밖 튕기면서 탑승객 부상
승인 때 안전문제로 수차례 불허
돌풍이 잦은 제주도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관광용 열기구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12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1분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 들판에서 조종사 김모(54)씨와 탑승객 12명이 탄 관광용 열기구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조종사 김씨는 119구급대원들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나머지 탑승객 12명은 골절, 찰과상 등 부상을 입어 제주시내 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은 바람이 강해 이륙 장소를 변경하는 등 비행 전부터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탑승객들은 오전 5시 원래의 이륙 장소인 구좌읍 송당마을에 모였으나 바람이 심해 오전 7시쯤 조천읍 와산리로 이륙 장소를 바꿔 비행을 시작했다. 상업 열기구는 조종사가 바람의 강도 등을 주관적으로 판단해 비행 여부를 판단한다.
와산리 초지에서 이륙한 열기구는 50여분의 비행 끝에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더클래식 골프장 맞은편에 있는 초지 착륙 지점 상공에 이르렀지만 강풍을 만나 높이 10m의 삼나무 군락지 나무 꼭대기에 걸렸다. 조종사 김씨는 열기구를 다시 작동시켜 삼나무 숲에서 빠져나온 후 인근 들판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열기구 바스켓이 초지 지표면과 수차례 충돌, 탑승객들은 바스켓 밖으로 모두 튕겨 나와 부상을 입었다. 반면 조종간을 잡고 있던 김씨는 비상착륙한 열기구가 강풍에 150m가량 끌려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탑승객 이모(42)씨는 “비상착륙하던 열기구가 갑자기 2m 정도 아래로 급강하하더니 ‘쿵’하고 땅에 부딪힌 뒤 바람에 질질 끌려가면서 지상과 여러 번 충돌했고 사람들이 모두 바스켓 밖으로 튕겨 나갔다”고 했다. 사고가 난 열기구는 높이 35m, 폭 30m 크기로 영국의 열기구 전문업체에서 제작했다.
숨진 김씨는 2200시간 무사고 운전을 기록한 한·중·일 유일의 상업 열기구 조종사로 알려졌다. 30여년간 케냐와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서 열기구 조종사로 일했던 김씨는 2015년 9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열기구 관광회사를 차린 뒤 제주지방항공청에 항공레포츠사업 등록을 신청했다. 지표와 밧줄로 연결하는 계류식이 아닌 자유 비행 열기구 사업은 국내 최초였다. 송당마을 주민들은 김씨와 수익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마을 부지 5만여㎡를 이착륙 부지로 제공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청이 제주는 돌발적으로 바람이 거세 경로를 벗어날 수 있고 비행 구역 인근에 풍력발전기와 고압송전탑, 오름 등의 장애물이 있어 안전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사업 등록을 불허했다. 하지만 김씨는 “사고를 예단한 과도한 행정 규제”라고 민원을 제기하며 이후로도 세 차례에 걸쳐 사업 등록을 거듭 요청했다. 제주도 측도 “열기구 투어는 제주 저가 관광의 체질 개선을 위한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며 제주항공청에 긍정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열기구 투어 1인당 요금은 39만 6000원이다.
결국 제주항공청은 2017년 4월 ‘이륙 장소를 4곳으로 제한하고 바람이 초속 3m 이하일 경우에만 운항하며 열기구의 높이를 150m 이하로 운항하는 조건’으로 사업 등록을 최종 승인했다.
제주에서 열기구 사고는 두 번째다. 1999년 4월 열린 열기구 대회에서 열기구들이 강풍에 밀리면서 고압선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바스켓 밖 튕기면서 탑승객 부상
승인 때 안전문제로 수차례 불허
12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1분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 들판에서 조종사 김모(54)씨와 탑승객 12명이 탄 관광용 열기구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조종사 김씨는 119구급대원들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나머지 탑승객 12명은 골절, 찰과상 등 부상을 입어 제주시내 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은 바람이 강해 이륙 장소를 변경하는 등 비행 전부터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탑승객들은 오전 5시 원래의 이륙 장소인 구좌읍 송당마을에 모였으나 바람이 심해 오전 7시쯤 조천읍 와산리로 이륙 장소를 바꿔 비행을 시작했다. 상업 열기구는 조종사가 바람의 강도 등을 주관적으로 판단해 비행 여부를 판단한다.
와산리 초지에서 이륙한 열기구는 50여분의 비행 끝에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더클래식 골프장 맞은편에 있는 초지 착륙 지점 상공에 이르렀지만 강풍을 만나 높이 10m의 삼나무 군락지 나무 꼭대기에 걸렸다. 조종사 김씨는 열기구를 다시 작동시켜 삼나무 숲에서 빠져나온 후 인근 들판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열기구 바스켓이 초지 지표면과 수차례 충돌, 탑승객들은 바스켓 밖으로 모두 튕겨 나와 부상을 입었다. 반면 조종간을 잡고 있던 김씨는 비상착륙한 열기구가 강풍에 150m가량 끌려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탑승객 이모(42)씨는 “비상착륙하던 열기구가 갑자기 2m 정도 아래로 급강하하더니 ‘쿵’하고 땅에 부딪힌 뒤 바람에 질질 끌려가면서 지상과 여러 번 충돌했고 사람들이 모두 바스켓 밖으로 튕겨 나갔다”고 했다. 사고가 난 열기구는 높이 35m, 폭 30m 크기로 영국의 열기구 전문업체에서 제작했다.
숨진 김씨는 2200시간 무사고 운전을 기록한 한·중·일 유일의 상업 열기구 조종사로 알려졌다. 30여년간 케냐와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서 열기구 조종사로 일했던 김씨는 2015년 9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열기구 관광회사를 차린 뒤 제주지방항공청에 항공레포츠사업 등록을 신청했다. 지표와 밧줄로 연결하는 계류식이 아닌 자유 비행 열기구 사업은 국내 최초였다. 송당마을 주민들은 김씨와 수익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마을 부지 5만여㎡를 이착륙 부지로 제공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청이 제주는 돌발적으로 바람이 거세 경로를 벗어날 수 있고 비행 구역 인근에 풍력발전기와 고압송전탑, 오름 등의 장애물이 있어 안전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사업 등록을 불허했다. 하지만 김씨는 “사고를 예단한 과도한 행정 규제”라고 민원을 제기하며 이후로도 세 차례에 걸쳐 사업 등록을 거듭 요청했다. 제주도 측도 “열기구 투어는 제주 저가 관광의 체질 개선을 위한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며 제주항공청에 긍정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열기구 투어 1인당 요금은 39만 6000원이다.
결국 제주항공청은 2017년 4월 ‘이륙 장소를 4곳으로 제한하고 바람이 초속 3m 이하일 경우에만 운항하며 열기구의 높이를 150m 이하로 운항하는 조건’으로 사업 등록을 최종 승인했다.
제주에서 열기구 사고는 두 번째다. 1999년 4월 열린 열기구 대회에서 열기구들이 강풍에 밀리면서 고압선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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