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빌딩 화재 ‘공포의 20분’… ‘사건 처리 불만’ 50대가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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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무실 직원 등 7명 사망…방화 용의자 포함
부상자 다수는 변호사…법원 뒤 법무법인 밀집 지역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7층짜리 건물 2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들이 쓰러진 입주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사고로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2022.6.9 대구소방본부제공 뉴스1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7층짜리 건물 2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들이 쓰러진 입주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사고로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2022.6.9 대구소방본부제공 뉴스1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수성구 화재로 병원에 이송된 이들 중 상당수는 변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법 뒤편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에 있는 이 빌딩에도 법무법인이 입주해 있었으며, 불만을 품은 50대 의뢰인의 방화로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2층에서 화재가 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소재 7층짜리 빌딩 외관은 깨진 유리창 몇 장을 제외하면 평상시에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출동한 구급차와 소방차 등으로 혼잡한 주변이 이날의 사고를 짐작게 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건물 2층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큰 폭발음이 들렸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소방차 50대와 소방대원 160명을 투입했다. 불은 약 20분 만에 잡혔다.

빌딩 안에 있던 수십 명은 긴급 대피했고,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흡입한 또 다른 수십 명은 영남대 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소방대원들은 각층을 돌며 수색에 나섰고 심정지로 추정되는 7명을 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빌딩 화재 현장에서 119대원들이 쓰러진 입주자들을 이송하고 있는 모습. 2022.6.9 대구소방본부제공 뉴스1
대구 수성구 범어동 빌딩 화재 현장에서 119대원들이 쓰러진 입주자들을 이송하고 있는 모습. 2022.6.9 대구소방본부제공 뉴스1
소방당국은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현장을 수습했다. 경찰도 현장 주변으로 통하는 도로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현장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는 직원을 곳곳에 배치해 주변 골목길 교통 통제 상황을 안내했다.

이 빌딩 4층에 사무실을 둔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갑자기 비명이 났고, 조금 지난 뒤 연기가 올라왔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 회장의 사무실에는 3층 사무실의 변호사 등 모두 12명이 연기를 피해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대원들이 출동한 뒤 무사히 빌딩을 빠져나온 한 변호사는 “20분 정도 공포의 시간이 지난 뒤 소방관들이 건넨 방독면을 쓰고 나서야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변호사는 “대피 과정에서 봤는데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사무실 문이 열려있었다. 방화범이 문을 연 채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7명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고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2022.6.9 뉴스1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7명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고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2022.6.9 뉴스1
경찰은 목격자 제보 등을 토대로 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인 결과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50대 A씨가 이 빌딩 203호 B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시너를 뿌리고 방화한 것을 확인했다.

당시 B 변호사는 다른 재판 일정으로 타지에 출장을 가 화를 면했다. 그러나 사무실에 있던 직원 등 6명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방화범 A씨가 재판 관련 원한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사상자 48명 가운데 사망자 7명과 경상자 26명 등 3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환자 상태를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어서 이송 인원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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