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지 않는 노인 학대 심각…고발 및 수사의뢰 0.5%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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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 권고
친고죄 대상아니지만 기준 미흡해 방치
시설평가에 노인 학대 미반영 등 허점

일상에서 노인 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기준이 모호해 보호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22일 노인 학대 행위자에 대한 수사 및 고발 기준을 마련하고 현장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인 학대 대응체계 실효성 강화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 조사결과 지난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이 가정 내 노인 학대로 판정한 1883건 중 수사 의뢰나 고발한 사례가 10건(0.5%)에 불과했다. ‘노인복지법’에 노인 학대 행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지만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만 고발하도록 하는 지침을 적용·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즉각적인 대응이 미흡하고 반복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사 의뢰 또는 고발조치를 하지 않은 사례 중에서 1년에서 5년 이상 장기간 학대가 이루어진 경우도 확인됐다. 배우자가 매일 피해 노인을 집안에 감금하고 꼬챙이나 칼 등으로 찌르거나 위협하면서 상해를 입히는가 하면, 자녀가 5년 이상 피해 노인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등 학대하기도 했다. 노인의 옷을 벗긴 후 이불을 뒤집어씌워 물을 붓거나 폭언·욕설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노인 학대 신고시 현장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고시에는 학대 신고 접수 시 늦어도 48시간 내 현장 조사를 실시토록 규정돼 있다.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발생한 노인요양원 등 시설 내 노인 학대 사건의 38.9%는 72시간(3일)을 초과해 조사가 이뤄지면서 평균 사건처리 시간이 8.4일에 달했다.

또 노인 학대 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에 노인돌봄서비스 제공기관 등이 누락돼 있고, 노인요양원 등 노인시설 평가에 노인 학대 발생 여부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양종삼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노인 관련 기관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해 노인 학대가 더 이상 가정 내 문제로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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