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 아이 낳고 사망” 출생신고 어쩌나…지자체 직권등록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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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아내’ 이혼소송 중 출산 사망
유전자검사 했더니 “친자 아니다”
A씨 “출생신고 못한다” 주장하지만
민법상 법적 아버지만 출생신고 가능
산부인과 “父 아이 안 데려가” 신고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청주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한 산모가 아이를 낳고 숨졌다. 그런데 이 아이는 아직도 출생신고가 안 됐다. 아무도 아버지라고 나서지 않는 상황 때문이다.

12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산모의 남편 A씨는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이 아이를 올릴 수 없다며 출생신고를 거부하고 있다.

A씨에게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아이가 자신의 친자녀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까지 마친 상태다.

‘아이 친부’ 불륜남, 출생신고 대신 못해
친자 검사. 123rf
친자 검사. 123rf
A씨에 따르면 숨진 아내는 생전 가출한 뒤 외도를 했고 부부는 이혼소송 중이었다. 즉, 아이의 친부는 A씨가 아니라 아내의 불륜남이다.

그러나 법적인 아버지는 불륜남이 아닌 A씨다. 민법상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불륜남에게는 이 아이를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의무나 권한이 없다. 법적인 아버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출생신고를 대신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이 불륜남은 외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생신고 안 되면 법적 보호 일절 불가능
아기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아기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문제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서 아이가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생신고가 이뤄져야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데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신분이라 이러한 절차가 아예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산부인과 병원 측은 지난해 12월 28일 “아이 아버지가 신생아를 데려가지 않는다”며 아동유기 혐의로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현행법상 출생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A씨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토로한 배경이다.

청주시는 일단 피해아동쉼터에 아이를 맡긴 상태다.

‘친생자 부존재’ 소송도 출생신고 이후 가능
판결, 재판  자료 이미지
판결, 재판
자료 이미지
A씨는 출생신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로서는 일단 출생신고를 직접 하는 것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다.

친생자 관계 부존재 청구 소송을 통해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이를 인정받는 판결을 받으려면 역시 아이의 출생신고가 완료돼야 가능해진다.

A씨가 이 절차를 밟아 친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는다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 있던 이 아이에 대한 기록이 말소된다. 혼외자로 간주되면서 사망한 어머니의 가족관계등록부로 옮겨진다.

그 이후에는 청주시가 나서서 양육시설·위탁가정 선정 등 보호 절차를 밟게 된다.

문제는 소송 등에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과 시간, 그리고 정신적 고통은 오롯이 A씨 몫이라는 점이다.

출생신고 거부시 지자체가 직권 등록만약 A씨가 출생신고를 계속 거부한다면 청주시가 나서서 A씨에게 독촉장을 몇 차례 보내고, 관할 법원에 직권 기록 허가를 신청하게 된다.

법원의 허가가 난다면 청주시가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 출생신고를 강제로 하게 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A씨 입장에서는 가슴이 터지도록 답답하겠지만 출생신고를 한 이후 대책을 찾는 게 법적 절차”라며 “신속히 조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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