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2’ 영화처럼 숨막히는… 제주공항 관제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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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시어 1년 300번 이상 발생 고어라운드 ‘빈번’
관제사들 비좁고 열악한 환경에도 무서운 집중력
긴장 연속에도 관제사들의 듬직한 뒷모습에 ‘든든’

현재 관제탑은 사각지대로 인해 사고 위험 도사려
기본계획수립 5년 만인 내년 8월 신축 관제탑 완공
6개월여 시험 가동…정상 가동은 2025년쯤 전망

내년 8월쯤 완공 예정인 제주국제공항 새 관제탑(동) 조감도.  제주지방항공청 제공
내년 8월쯤 완공 예정인 제주국제공항 새 관제탑(동) 조감도. 제주지방항공청 제공
제주 국제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을 책임지는 ‘관제탑(동) 신축사업’이 2019년 4월 기본계획을 수립한 지 5년 만인 내년 8월 완공될 전망이다.

10일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제주공항 관제탑 신축 사업은 관제 사각지대와 노후 관제장비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2월 착공에 들어갔다. 첫 삽을 뜬 지 2년 만에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한 순간의 실수도, 한 치의 빈틈도 보여선 안되는 곳, 일촉즉발 위험이 도사려 늘 긴장감이 맴도는 곳이 바로 이 공항 관제탑이다. 1942년 군용비행장으로 개장한 제주공항은 1968년 제주국제공항으로 승격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83년 구 관제탑(높이 40.75m)에 이어 2003년 현 관제탑(63.25m)이 세워졌다.

그러나 현 제주공항 관제탑은 관제실 북측 2개 기둥이 활주로 시야를 가리고 있어 사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9월 해군 대잠초계기가 점검을 위해 동서 활주로를 횡단하다가 이륙 허가를 받은 민간 항공기와 하마터면 충돌할 뻔한 일이 있었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관제탑을 짓기로 결정하고 2019년 4~7월 진행한 ‘제주공항 관제동 신축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수립했다. 관제장비 노후화와 협소한 공간으로 인한 문제와 함께 사각지대로 인한 위험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관제탑을 신축하게 된 셈이다.

최근 5년간 항공 교통량을 보면 2018년 17만 5992대, 2019년 18만 1860대, 2020년 14만 2874대, 2021년 16만 6056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17만 7416대에 달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관제량은 486대다. 시간당 슬롯(이착륙 배정시간)이 35대로 1분 30초당 1대의 항공기가 뜬다는 결론이다.
현 제주국제공항 관제탑에서 바라본 신축 관제탑 공사현장 모습.  현재 공정률은 63%를 보이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현 제주국제공항 관제탑에서 바라본 신축 관제탑 공사현장 모습. 현재 공정률은 63%를 보이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새롭게 짓는 관제탑은 연면적 5132㎡에 높이 75m 11층 규모로 지어진다. 현 관제탑의 3배 정도 규모다. 신축 관제탑이 문을 열면 현 관제탑은 보조 관제탑으로 그 역할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관제탑을 방문하려면 실제 깐깐한 사전 심사 절차와 삼엄한 보안 경비 절차를 밟는다. 마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절차를 그대로 밟는다 해도 무방하다. 모든 물건을 바구니에서 넣고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서 임시 신분증을 검색대에 댄 후 이상 없는지 확인한 뒤 비로소 무사히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막상 관제탑에 올라가 보면 관제실이 예상 밖으로 비좁고 열악한 모습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영화 ‘다이하드2’에 나오는 어떤 장면보다 좀더 숨막히는 긴장감이 감도는 듯도 하다. 그러나 비상상황에서 사고 수습반이 모여 진두 지휘할 만한 여유공간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고작 소파 하나 놓일 여분만 남아 있을 뿐 제대로 된 휴식공간 조차 없었다.

관제실에서는 커피 한잔 마시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듯 보였다. 기계장비에 커피나 음료를 흘렸을 경우 그야말로 엄청난 재앙(?)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장비가 고장 날 경우에 대비해 이중삼중 보조장비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관제실 좁은 계단을 올라갈 때는 무의식적으로 조심조심 발을 내딛으며 올라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관제탑 시찰을 위해 사전 심사를 까다롭게 한 이유를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관제탑에서 바라본 할주로(왼쪽) 모습과 관제탑 입구. 제주 강동삼 기자
관제탑에서 바라본 할주로(왼쪽) 모습과 관제탑 입구. 제주 강동삼 기자
특히 제주공항은 윈드시어(급변풍)가 빈번해 고어라운드(재차 착륙시도)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윈드시어는 1년에 평균 300건 이상 발생할 정도다. 하루에 한번 꼴인 셈이다.

그만큼 제주공항 관제사들은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시시때때로 위기 상황과 맞닥뜨리기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단다. 직업병이다.

특히 관제사들은 보통 2시간 일하면 1시간 정도는 쉬어야 한다.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휴식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새롭게 짓는 관제탑(동)을 누구보다도 빨리 완공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도 아마 관제사일 것이다.

나웅진 제주지방항공청장은 “내년 8월 쯤 관제탑(동)이 완공되면 인천공항 개항 때처럼 최소 6개월은 시험운영을 해봐야 한다”면서 “체험단을 모집해 느낀 점, 불편한 점 등을 모니터링 하고 개선한 후에야 비로소 실제적인 가동에 들어가기 때문에 2025년 상반기엔 새 관제탑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관제탑을 내려오면서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는 까닭은 뭘까. 이착륙 하는 항공기와 계속 주고받는 관제사의 듬직한 뒷모습에서 제주공항이 무탈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껴서인지도 모른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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