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여자 널렸어” “성병 검사해”…아내 살해 변호사의 끝없는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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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없이 자녀 데리고 이주하고 아내 불륜 의심
자녀에 ‘엄마라고 하지마’ 욕설 강제, 녹음본 전송
이혼소송 제기하자 각서 쓰면서 만류 뒤 다시 학대
두 번째 이혼소송 제기 뒤 한달도 안돼 아내 살해

‘아내 살해’ 혐의 미국 변호사 검찰 송치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현모씨가 12일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3.12.12 뉴시스
‘아내 살해’ 혐의 미국 변호사 검찰 송치
아내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현모씨가 12일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3.12.12 뉴시스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법무법인 출신 미국 변호사 현모씨가 10여년의 결혼 생활 내내 아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22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13년 결혼 무렵부터 아내에게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려있다’는 등 비하 발언을 해왔다.

2018년 아내와 협의 없이 아들·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한 뒤로 본격적으로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다.

현씨가 아내에 전송한 메시지에는 ‘불륜 들켰을 때 감추는 대처법을 읽었는데 너의 대응이 흡사하다’, ‘성병 검사 결과를 보내라’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영상전화로 현관에 있는 신발을 보여 달라거나, 최근 3개월간 통화내역을 보며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현씨는 2019년부터 자녀들에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했다.

또 딸에게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 영어 욕설을 시키거나, 아들에게 ‘어디서 또 나쁜 짓 하려고 그래’라고 말하게 하고 이를 녹음해 아내에게 전송했다.
둔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50대 변호사 A씨가 2023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둔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50대 변호사 A씨가 2023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견디다 못한 현씨의 아내는 2021년 10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씨가 ‘엄마의 자격·역할 관련해 비난·질책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의처증으로 오해할 언행이나 상간남이 있다는 등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각서를 쓰면서 한 달 만에 소를 취하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씨는 아내 직장으로 수차례 전화해 행적을 수소문하고 험담을 이어갔다.

현씨는 지난해 가족이 뉴질랜드로 여행을 갔을 때 초행지에 아내만 남겨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추석 명절에는 아내에 알리지 않고 자녀만 데리고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3일에는 별거를 택한 아내가 딸과 함께 머무는 곳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다 경찰관에 퇴거조치를 받았다.

당시 현씨는 딸에게 ‘가난한 아내의 집에 있으면 루저(패배자)가 될 것이다’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장모에게도 ‘이혼을 조장하지 말고 딸에게 참는 법을 가르쳤어야지’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다음날 아내는 두 번째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3일 살해당했다.

사건 당일 현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책가방을 놓고 갔다며 자기 집으로 오게 했다.

검찰은 현씨가 집에 온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주먹과 쇠파이프로 아내를 가격하고 목 졸라 숨지게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 허경무)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현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28일 진행된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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