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는데 감금·결박, 방치된 환자 사망…유명 정신과 의사 등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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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치료’ 30대, 입원 17일 만에 사망
“내보내달라” 호소에도 격리·결박 후 방치
유족 “해당 병원 내과의 진료조차 못 받아”
병원 측 “만성 변비, 장폐색 의심 어려웠다”
병원장 입건…소속사 “방송 업무만 담당”

5월 27일 오전 4시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33살 박모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같은 날 오전 0시 30분 복통을 호소하는 박씨를 결박하고 수면제 등을 투여하는 의료진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2024.07.26 SBS
5월 27일 오전 4시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33살 박모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같은 날 오전 0시 30분 복통을 호소하는 박씨를 결박하고 수면제 등을 투여하는 의료진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2024.07.26 SBS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정신과 의사가 경찰에 입건됐다.

SBS는 유명 정신과 의사 A씨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정신병원에서 30대 환자가 사망해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27일 오전 4시쯤,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환자 박모(33·여)씨가 숨졌다.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 지 17일 만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추정 사인은 ‘가성 장폐색’이었다.
5월 27일 오전 4시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33살 박모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입원 다음 날인 5월 11일(왼쪽)과 사망 당일인 5월 27일 박씨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사망 당일 박씨의 배가 유난히 부풀어 있다. 2024.07.26 SBS
5월 27일 오전 4시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33살 박모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입원 다음 날인 5월 11일(왼쪽)과 사망 당일인 5월 27일 박씨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사망 당일 박씨의 배가 유난히 부풀어 있다. 2024.07.26 SBS
숨진 박씨는 5월 10일 해당 병원 3~4인실에 입원했다.

유족은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이고, 식욕 억제제인 디에타민 중독치료 프로그램이 우수하다고 해서 일부러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보름여 만에 주검이 되어 퇴원했다.

유족 주장 등을 종합하면 박씨는 입원 열흘 후인 5월 20일부터 배변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간헐적으로 복통을 호소하던 박씨는 같은 달 26일 저녁 7시쯤부터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복부 팽창으로 배변 관리가 어려워진 그가 소란을 피우자, 간호조무사와 보호사 등은 박씨를 1인 격리실(안정실)로 빼내 감금했다.

박씨는 격리 후에도 통증을 호소하며 ‘나가게 해달라’고 문을 두드렸지만, 의료진은 오히려 수면제와 데파코트 등 향정신성 약물을 먹인 뒤 그의 손과 발, 가슴을 침대에 묶는 강박(치료 또는 보호의 목적으로 억제대나 보호복 등을 이용하여 환자의 신체움직임을 제한하는 것) 조처를 했다.

27일 오전 0시 30분 손발이 묶인 박씨는 2시 45분까지 강박 상태로 침대에 방치됐다.
5월 27일 오전 4시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33살 박모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사망 9시간 전 1인 격리실(안정실)에 감금된 박씨가 배를 움켜쥐고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2024.07.26 SBS
5월 27일 오전 4시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33살 박모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사망 9시간 전 1인 격리실(안정실)에 감금된 박씨가 배를 움켜쥐고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2024.07.26 SBS
의료진은 배가 부풀어 오른 박씨가 코피를 흘리고 숨을 헐떡이자 그제야 강박을 해체했다.

하지만 역시 별다른 조처 없이 격리실을 퇴장했고, 얼마 후 박씨는 의식을 잃었다.

박씨가 의식을 잃자 의료진은 맥박을 재고 손발을 주무르다 5분 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그래도 환자가 의식을 찾지 못하자 20분쯤 후 제세동기를 사용했다.

박씨는 결국 강박에서 풀려난 지 약 1시간 만인 이날 오전 4시쯤 사망했다.

유족은 “누가 봐도 그 배가 이상한데,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해야 하는데, 죽는 그 시간까지 1인실에서 묶어 놓고 약만 먹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하물며 해당 병원 소속 내과 의사 진료도 못 받았다고 유족은 분통을 터트렸다.

또 박씨의 오빠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국과수 부검에서 치사량에 가까운 안정제가 혈액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며 약물 부작용으로 복통과 장폐색 등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내비쳤다.
5월 27일 오전 4시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33살 박모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박씨가 의식을 잃자 의료진이 맥박을 재고 손발을 주무르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의료진은 박씨가 의식을 잃고 5분 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며, 그가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자 20분쯤 지나서야 제세동기를 사용했다.  2024.07.26 SBS
5월 27일 오전 4시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33살 박모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박씨가 의식을 잃자 의료진이 맥박을 재고 손발을 주무르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의료진은 박씨가 의식을 잃고 5분 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며, 그가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자 20분쯤 지나서야 제세동기를 사용했다. 2024.07.26 SBS
유족은 상태가 악화한 박씨를 의료진이 의도적으로 방치했다고 보고 지난달 중순 병원장 A씨 등 의료진 6명을 통상적인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유기치사죄’로 형사고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아울러 CCTV 영상 중 중요한 부분이 삭제됐다며 증거인멸 의혹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병원 측은 숨진 환자가 만성 변비였고, 지속해서 복통을 호소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장 폐색을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또 “사고 당일 당직 의사가 호출 대기 중이었고, 평소 심폐소생술 등 사고 대응 교육도 진행했다”며 “당시 (의료진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성실히 조사받을 계획이며, 본의 아니게 이런 사고가 나서 전 직원이 참담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병원장 A씨의 소속사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방송 업무만 담당하다 보니 개인 사업체 운영에 관해선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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