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초대’ 채팅앱으로 유인해 자살방조 20대…유족 “본질은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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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숨진 뒤 10대 여성도 불러 술·수면제 건네
검찰 징역 10년 구형…1심은 징역 3년 선고

검찰·법원 자료 이미지. 서울신문DB
검찰·법원 자료 이미지. 서울신문DB


채팅앱을 통해 20대 여성을 유인해 자살을 방조한 20대 남성에 대해 유족이 엄벌을 촉구했다.

19일 수원고법 형사3부(조효정 고석범 최지원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20대 남성 A씨의 자살방조 등의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해자 B씨의 어머니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중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27일 오후 9시쯤 A씨 자택으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가출 신고가 접수된 10대 여성 C양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C양이 경기 의왕시의 A씨 오피스텔에 있는 사실을 확인해 출동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A씨 집에서 C양뿐만 아니라 20대 여성 B씨가 숨진 것도 발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B씨를 집으로 불러 5월 21일쯤부터 며칠간 함께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자고 있었는데 27일 오전 11시쯤 일어나 보니 B씨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의아한 점은 A씨가 B씨가 숨진 것을 확인한 뒤 같은 방법으로 미성년자인 C양을 집으로 유인했다는 점이다. 그는 C양에게 술과 수면제를 건네 자살방조미수 및 미성년자 유인 혐의도 받았다.

C양은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6시간가량 A씨의 오피스텔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가 숨지는 과정에 A씨가 능동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과거 우울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아온 B씨가 A씨를 알게 된 뒤 그와 함께 구매했던 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그러나 이후 조사에서 B씨의 자필 유서와 지인들에게 보냈던 메시지 등을 토대로 B씨가 이전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도가 있었으며, A씨를 만난 후 이를 결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A씨의 죄명을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변경해 구속한 뒤 검찰에 넘겼다.

A씨는 2025년 초 사업 및 투자 실패, 결혼을 결심한 여자친구와의 이별 등을 이유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끝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에서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징역 3년 및 형 집행종료일로부터 2년간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이어진 항소심에서 양형증인으로 나선 B씨의 어머니는 “원심의 징역 3년이라는 판결은 제 가족에게 사법적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딸은 사망 전 스스로 병원에 찾아가 치료받으려 했고, 숨지기 전 언니에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 거야’라고 문자를 보내는 등 죽고자 하는 게 아니라 살고자 했다”면서 “이 사건의 실체는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의 태도에 대해 “유족과 합의하려 노력했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항소심 변론 종료가 임박할 때까지 단 한번의 진심 어린 사과도 못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용서할 의사가 없으며 공탁금도 수령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깊은 어둠 속에 살며 같은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생을 마감할 생각을 했다”면서 “용서를 구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다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원심에서 C양 측과 합의했고, 다른 피해자 유가족(B씨 측)과도 노력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다만 추가로 1000만원을 공탁했으며, 수감 중에도 재범 방지를 위해 정신과 치료를 성실히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원심과 동일한 구형량인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9일 이 사건 선고를 진행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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