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그냥 그렇게, 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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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 보는 유튜브 요리 사이트가 있다. 서른 살쯤의 딸이 카메라를 잡고서 레시피를 물으면 엄마가 대답하면서 요리를 한다. 딸은 시시콜콜 묻는데, 엄마는 대충 답한다. 소금을 몇 그램 넣느냐 물으면 한 움큼 쥐고서 “이만큼”. 고추장 단지를 열어서는 “서너 숟가락 안 되게”. 주먹구구 레시피에 딸은 툴툴댄다. 티격태격 모녀의 부엌은 즐겁다.

밥 짓기를 배울 때 나도 툴툴댔다. 엄마는 쌀이 자박자박 잠길 만큼 밥물을 붓고는 솥귀를 잡고 한번 일렁거려 보일 뿐이었다. 내가 어림없어 하면 오른손을 담그게 해서는 “요만큼”. 집게손가락 마디가 잠길락말락하게. 큰 손도 작은 손도 요만큼이냐고 따지면 엄마는 웃었다. “봐가면서, 되는 대로.”

한 움큼, 두어 꼬집, 서너 숟갈. 눈금이 없는 말 속에 안기고 싶을 때가 많다.

손등에 눈짐작 실금을 긋고 나는 밥을 안치고 있다. 마음이 젖었으면 조금 진밥, 마음이 고슬거리면 조금 고두밥.

살아 봐라, 살다 보면 눈금자로 저울로 깎지 않아서 더 빨리 반듯해지는 일이 있지. 눈금도 저울도 없던 그 부엌의 말이 들려온다. 그래, 그냥 그렇게 되는 대로 되어지는 대로.

황수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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