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 “케이팝 아닌 한국 음악도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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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 왼쪽부터 유연식(드럼), 이성수(기타·보컬), 김인영(베이스). CJ문화재단 제공
3인조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 왼쪽부터 유연식(드럼), 이성수(기타·보컬), 김인영(베이스). CJ문화재단 제공
‘진흙 묻은 장화를 신고/쌀쌀한 바람은 머리칼에 스치는데/나는 길고 긴 기찻길에 몸을 실어/당신을 기차에 태워 데려갈래요/황량하고 황량한 동부의 어딘가로’(‘와일드 이스트 블루스’ 중)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이 지난 2월 러시아 하바롭스크 공연에 맞춰 발표한 곡의 영어 가사 일부다.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을 하염없이 달리는 횡단열차가 떠오르는 노랫말이 기타 반주와 어우러진다. 중후하면서도 거친 느낌이 묻어 있는 이성수의 보컬이 쓸쓸한 분위기를 더한다.

해리빅버튼은 1980년 말부터 굵직한 록밴드 등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이성수를 주축으로 2011년 결성됐다. 이듬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 밴드 2’(KBS2)에 출연해 대중성을 갖춘 음악과 빼어난 연주로 대중에게도 알려졌다.

이성수를 제외한 멤버 교체가 잦지만 ‘원맨밴드’로 불리는 것은 거부한다. 최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수는 “밴드 포맷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4인조나 5인조와 달리 꼭 필요한 악기들의 구성이 3인조다. 어떤 악기는 뒤에 있는 느낌 없이 각각의 소리를 명확하게 들려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빅버튼은 새 멤버 유연식(드럼), 김인영(베이스)과 함께 오는 7일 또 한번 하바롭스크에서 공연한다. 앞서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지방뿐 아니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공연하며 러시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3인조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 왼쪽부터 유연식(드럼), 이성수(기타·보컬), 김인영(베이스). CJ문화재단 제공
3인조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 왼쪽부터 유연식(드럼), 이성수(기타·보컬), 김인영(베이스). CJ문화재단 제공
러시아에서의 인기는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몇 해 전 한 러시아 밴드가 이성수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가 아는 한에서 정보를 주고 공연을 잡아 줬다. 그것을 인연으로 2017년 3월 하바롭스크 FNR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이어 8일간 러시아 투어로 확장했고, 이후 모두 여섯 차례 투어, 40회가량의 공연을 진행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무대로 뛰어들어요. 공연에서 열망을 솔직하게 표현하죠. 한번은 무대 위에서 튜닝을 하는데 관객 한 분이 올라와 포옹을 했어요. 그러자 수십명이 올라와서 난리가 났어요.” 이 장면을 두고 현지 매체에서는 “영화 ‘향수’를 보는 듯했다”고 표현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러시아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가사라고 한다. 해리빅버튼의 시적인 가사가 갖고 있는 위트와 심플함, 긍정적인 에너지가 정서적으로 잘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로 가사를 영어로 쓰는 데는 “해외 팬들이 바로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을 이유로 댔다.

해리빅버튼은 러시아 밴드 ‘더 스타 킬러스’와 함께 부른 빅토르 최의 노래 ‘푸시카’ 뮤직비디오도 곧 공개한다. 국내 팬들이 기다리는 새 앨범은 연내 발매를 목표로 작업 중이다.

그는 “케이팝이나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한국에 다른 좋은 콘텐츠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눈을 빛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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