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는 영양 성분표”…별이 된 ‘그래픽계의 스티브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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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 버키 벨저 별세
유명한 도안들…방광암으로 사망

벨저 링크드인, 미국식품의약국 홈페이지 캡처
벨저 링크드인, 미국식품의약국 홈페이지 캡처
식품 포장지에 인쇄된 영양 성분표 도안을 만든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버키 벨저(76)가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벨저가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자택에서 방광암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정보 디자인 분야의 스티브 잡스로 불렸다. 열량,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나트륨 등 식품에 포함된 각종 영양소와 함량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직사각형 모양의 영양 성분표 도안은 그가 만든 가장 유명한 도안으로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벨저가 1994년 만든 이 도안에 대해 WP는 “공중 보건과 그래픽 디자인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영양 성분표 이전에는 식품의 구체적인 열량과 영양소 정보를 알려주는 표준이 없었고, 소비자들도 공중 보건 관점에서 식품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벨저는 영양 성분표 도안으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디자인상을 받았다.

벨저는 생전 인터뷰에서 “(영양 성분표는) 조화롭고 이질적인 요소가 없다”며 “(영양 정보를 담은) 단어들은 왼쪽과 오른쪽에서 정렬되면서 균형을 이루고, 정보를 읽는 것을 늦추는 쉼표나 마침표 등 문법적 구두점들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FDA는 2016년 영양 성분 표시를 수정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칼로리의 활자 크기를 크게 늘린 것이다. 당시 벨서는 커머셜 어필과의 인터뷰에서 “무차별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단순함을 포기했다”며 “칼로리가 말 그대로 이메일의 대문자처럼 큰 소리로 외쳐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영양 성분표 디자인을 벨저에게 의뢰했던 전 식품의약국(FDA) 책임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그는 절대적인 천재였다”며 “이 라벨은 수백만 명의 공중 보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마시모 비넬리는 벨저의 영양 성분표에 대해 “그래픽 디자인의 걸작”이라며 “문명의 깨끗한 증명서이자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선언”이라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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