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관” “멱살 잡고싶네”…항의 민원에 ‘신상’ 털린 공무원, 숨진 채 발견
김민지 기자
입력 2024 03 06 10:25
수정 2024 03 06 16:00
온라인 카페에 ‘신상’ 공개돼
카페 운영진 측 “신상털이 몰랐다”
6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0분쯤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유족 측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의 동선을 추적하다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차 안에서는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오후 9시 40분쯤 온라인 카페에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A씨를 비난하는 글은 없었다.
그러나 한 네티즌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이후 카페에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참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등 A씨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김포시는 A씨가 최근 업무에 따른 악성 민원 등으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진상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A씨는 최근 보수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이 들어오고 온라인 카페에서 본인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 이어지자 힘들어했다”며 “시 차원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온라인 카페 운영진은 이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제목의 공지 글을 올렸다.
운영진은 해당 글에서 “새벽시간 카페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고 주무관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손이 떨리고 마음이 아파 뭐라 말씀을 드려야할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주무관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 카페가 관련돼 있다는 것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며 “저희 운영진에서는 단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털이와 마녀사냥식의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와 운영진 모두 죄송한 마음”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유족 조사 과정에서 민원인들의 항의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단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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