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 목숨 빼앗고도…유영철·강호순, 사형 집행 없이 늙어간다 [돋보기]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10 07 13:02
수정 2026 10 07 13:02
1997년 마지막 집행…사형수 3명 중 1명은 60세 이상
여고생 살해범 무기징역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 논쟁도
각각 20명과 10명의 목숨을 빼앗은 유영철과 강호순은 사형이 확정됐지만, 집행 없이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사형 집행이 30년 가까이 중단된 가운데 미집행 사형수의 평균 연령은 58.7세에 이른다.
7일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 교정시설에 수감된 미집행 사형수는 52명이다. 50대가 29명으로 가장 많고, 60대 10명, 70대 7명, 40대 5명, 30대 1명 순이다. 20대는 없으며, 60세 이상은 전체의 32.7%를 차지한다.
유영철과 강호순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사형 집행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는 동안 교정시설에서 지병으로 숨지는 사형수도 나오고 있다.
2024년에는 보성 어부 연쇄 살인 사건의 오종근이 지병으로 87세에 사망했다. 올해 3월에는 조직원과 그의 연인을 살해한 안양AP파 이우철이 광주교도소에서 암 투병 중 숨졌다.
국내 최장기 사형수는 1992년 강원 원주의 종교시설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한 원언식(69)이다. 가장 최근 사형이 확정된 인물은 2014년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한 임도빈 당시 병장이다.
한국의 마지막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 30일이다. 당시 지존파 조직원 등 23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이후 현재까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2007년부터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고생 이채원 양을 성범죄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살해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면서 사형제와 대체 형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광주지법 형사13부는 지난달 30일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동종 사건에서 오랜 기간 사형 선고를 자제해 온 점과 형평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윤기를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무기징역 선고가 선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살아 있는 동안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형을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은 재판 전부터 사형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시민 10만여명이 서명한 엄벌 탄원서도 제출됐다. 무기징역 선고 이후 유족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현행법상 무기징역 수형자는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심사 대상이 된다고 실제 석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가 가석방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도 판결만으로 그 가능성을 차단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흉악범죄자를 평생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교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법무부는 2023년 관련 형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사형제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도 남아 있다. 헌재는 2019년 접수된 세 번째 사형제 헌법소원을 심리하고 있다. 앞서 1996년에는 재판관 7대 2, 2010년에는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생명권 보호와 오판 가능성, 범죄 억제 효과의 한계를 근거로 든다. 반면 존치론자들은 흉악범죄에 상응하는 처벌과 국민의 생명 보호, 사회 방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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