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작에 5·18 피해자라니”…‘닥터X’ 방영 중단 ‘국민 청원’까지 나왔다 [이슈픽]

김민지 기자
입력 2026 10 26 11:02
수정 2026 10 26 11:02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다룬 뒤 온라인에선 논쟁이 일고 있다. 역사적 상처를 드라마에 녹여냈다는 호평과 정치적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불편하다는 비판이 맞선 가운데 국회에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지난 2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SBS 닥터X 드라마 방영 중단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공개 전 동의 요건인 100명을 충족하면서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청원인은 “극 중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5·18 관련 내용이 나와 많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의학 드라마에 정치적 논쟁이 있는 소재를 갑작스럽게 등장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 원작이 의사의 실력과 병원 내부 갈등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한국판에서는 역사적 사건이 추가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제작진을 국회 증인으로 채택해 제작 과정을 검증하고, 방송 심의 관련 기관 등을 통한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논란은 이날 방송된 6회에서 시작됐다. 방송에서는 40여 년 전 머리에 총알 파편이 박힌 채 살아온 환자 오상범(하성광 분)의 사연이 그려졌다. 그는 당시 입은 부상으로 경련과 발작, 두통 등에 시달렸으며, 환상과 환청까지 겪고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헤어진 형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오랜 세월 죄책감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묘사됐다.
의료진은 수술 성공 가능성이 낮고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주인공 계수정(김지원 분)은 환자의 수술을 맡기로 결심했다. 그는 무력감에 빠진 오상범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가능성도 없다”며 수술을 설득했다.
특히 방송에서는 과거 국가 최고 권력자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상황도 함께 그렸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권력자와 오랜 세월 상처를 안고 살아온 피해자의 상황을 대비하면서 당시의 역사적 비극과 개인이 겪은 고통을 부각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의 후유증과 가족을 잃은 아픔을 극의 서사에 녹여냈다는 평가가 나온 반면,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원작의 설정을 바꾸면서까지 해당 사건을 다룰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닥터X’ 갤러리에는 제작진의 해명을 촉구하는 성명문도 올라왔다.
성명문은 “5·18의 역사적 의미와 피해자·유족의 존엄을 존중한다”면서도 “문제는 이 역사적 소재를 의료 드라마에 결합한 방식이 충분히 설득력 있었느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SBS와 제작진에 ▲5·18 소재와 가상의 전직 대통령을 등장시킨 이유와 이 설정이 의료 서사에서 맡는 역할, ▲6회에서 달라진 계수정의 감정 표현과 행동이 기존 성격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며 5·18 생존자와 유족에게 미칠 영향을 어떻게 검토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제작사 스튜디오S의 이옥규 책임프로듀서(CP)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드라마 포스터와 함께 “no fear(두려움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논란을 의식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 CP가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아 게시물의 정확한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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