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회 중 로비 들어간 호텔 노조원 무죄
유영재 기자
입력 2019 03 17 17:48
수정 2019 03 18 02:01
법원 “사회통념상 예상 범위 안 벗어나”
“당시 근로자, 일반적으로 출입 허용소란 있었지만 영업방해 근거 없어”
호텔에 재직 중인 노동조합원들이 사측에 대한 항의 표시로 호텔 내부에 진입해 소란을 벌였어도 ‘사회통념상 예상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공동주거침입·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춘자 세종호텔 노조위원장과 김상진 전 노조위원장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3월 노조 측은 ‘직원은 줄이고 임원은 늘리고 월급은 줄이고 근무시간 늘리고’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호텔 정문 앞에 서 있다가 호텔 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그러자 이들은 호텔 1층 로비로 진입해 호텔 직원과 언쟁을 하고 몸싸움을 벌였다. 4월에도 비슷한 일이 두 차례 더 벌어지자 호텔 측은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 측은 “피고인들은 모두 호텔에 재직하던 근로자들로서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호텔 안에 들어간 것이므로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무단으로 침입했더라도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들어가게 된 것이므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노조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부장판사는 “호텔 내부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곳이고, 당시 피고인들이 모두 호텔 근로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으로 허용되고 있었다”면서 “시설을 손괴하거나 영업을 방해하는 등 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부장판사는 이들이 호텔 안에서 소란을 벌이긴 했지만 업무방해로는 볼 수 없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 원리에 비춰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시위나 구호의 외침 자체는 허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피고인들의 소란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는 정도가 사회통념상 예상되는 범위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직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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