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尹 의견요청 거부” 작심비판… 우군없는 윤석열 ‘고립무원’
강병철 기자
입력 2020 01 09 22:26
수정 2020 01 10 02:14
추미애, 명·거역 단어 쓰며 ‘계산된 공격’
靑·이낙연 총리는 秋 발언에 지원 사격한국당 “폭거·망나니 정권” 원색적 비판
尹 총장 여론 추이 따라 반격 나설수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추 장관의 발언들은 어느 정도 ‘계산된 공격’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동료 의원들을 앞에 두고 회의 말미에 작심한 듯 윤 총장을 비판했다. ‘명’(命), ‘거역’ 같은 단어를 쓰며 윤 총장의 행동이 ‘도가 넘었다’는 점을 여야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검찰의 ‘감독자’로서 장관이 총장에 대해 예우하고 배려를 하려 했지만 윤 총장은 오히려 장관의 요청을 거부하는 등 막무가내식 행동을 보였다는 게 추 장관 불만의 핵심이다.
“법무부가 법령에 따라서 (인사에 대한) 총장의 의견 개진권을 준수한다면 그건 당연히 업무에 관한 것이고 집무실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추 장관의 지적도 윤 총장의 전날 대응이 관련 법령과 규정에 비춰 근거 없는 행동임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 가능성과는 선을 그었지만 의견 개진 과정을 둘러싼 잡음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강한 어조로 공격하자 청와대는 추 장관 발언에 힘을 싣는 수준에서 메시지 관리를 한 셈이다. 이 총리가 윤 총장이 의견 제출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유감은 순화된 표현으로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라면서 “검찰이 법무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청이 합심해 윤 총장을 압박하면서 윤 총장의 행동반경은 지극히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또는 ‘윤석열 사단’ 멤버들이 향후에라도 이번 인사에 반발해 행동에 나설 경우 당정청의 압박 수준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향후 여론의 추이 등에 따라 윤 총장이 반격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가족 수사에서부터 이어진 검찰 수사에 대한 지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윤 총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계속 높여 갈 경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공정 사회’ 등을 공약했던 정권에 감당하기 힘든 비난 여론이 돌아올 수도 있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이날 검찰 수사를 빌미로 본회의 참석 및 민생법안 처리를 거부했다. 야권이 윤 총장에 대한 압박과 검찰 인사 문제 등을 총선 이슈로까지 가져갈 경우 더불어민주당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 한국당 의총에서는 ‘사화’(士禍), ‘폭거’, ‘망나니 정권’ 같은 원색적이고 강도 높은 비판이 반복됐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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